[윤혜영 기자 / 사진 김태균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가 말하는 'K팝 스타'와 '위대한 탄생'은?
MBC '위대한 탄생 시즌3'의 TOP 3에 오른 오병길과 SBS 'K팝스타 시즌2'의 TOP 10 성수진이 듀엣 앨범 '크레이지 듀엣 (CRAZY DUET)'의 '귀뚜라미'를 발매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서로 타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히트 작곡가 똘아이박이 설립한 소속사 크레이지 사운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한 배를 타게 됐다.
최근 강남구 신사동 bnt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각자 출연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봤다.
◆ 성수진, K팝스타? "세련됐어요"
성수진은 'K팝스타' 시즌 1과 시즌 2 모두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 누구보다도 'K팝스타'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꼈을 터.
"생방송 때 말도 안 되게 못했다"고 마지막 무대를 떠올린 그는 "리허설을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래서 리허설을 아예 못했고 계속 울어서 날 잘 따르는 (송)하예도 같이 울었다. 작가님이 목소리 잘 나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찾아보시고 기름진 걸 사주셨다. 삼겹살은 그렇고 치킨-피자를 먹이셨다"고 밝혔다.
이어 "먹고 나서 목소리가 갈라지긴 했지만 그나마 나와서 생방을 할 수 있었다. 생방송이 처음이라 긴장한 것 같다"며 "1 때 나왔고 저의 안타까움을 아니까 PD님도, 작가님도 더 많이 해주려고 하셨고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런저런 악재가 겹치며 아쉽게 첫 번째 생방송 무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시즌 2 출연은 성수진의 인생에 많은 것을 남겼다. 특히 시즌 1과 2 사이, 외모를 바꾸고 돌아온 그는 훨씬 밝아진 모습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시즌 2 때는 제가 마음을 열고 보아언니와 박진영 PD님의 말을 계속 들었어요. 사실 시즌 1에서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심사위원 말을 듣고 바꿨더니 친구들도 2가 훨씬 낫다고 하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려고 노력해요."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 중 'K팝스타'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가요계 대형 기획사를 뒤에 둔 심사위원에게서 찾을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보아,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세 사람이 프로그램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사 모두에서 지도를 받았던 성수진은 "개인적으로 양사장님이 정말 좋았다. 저를 되게 예뻐해주셨다"면서 "시즌 1 때 톤은 물론이고 노래를 좋아해 주셨고 2 때는 보아언니한테 많이 배웠다. 역시 한 분야에서 오래 갈고 닦은 사람은 감각이 다른 거 같다"고 회상했다.
특히 성수진은 보아에게 캐스팅돼 SM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당시 의외로 박진영의 '너뿐이야'를 선곡했다. 유독 박진영에게 혹평을 받아온 그는 박진영의 노래 '너뿐이야'로 드디어 칭찬을 듣게 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 곡을 연습하다 '포기할까'를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보아언니가 저한테 '너뿐이야'를 추천해주셨어요. 근데 제 스타일이 아닌데 하라고 하시니까 작가님들이랑 다 모여서 울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기가 그런 거예요. SM에서 레슨을 받았는데 다행히 소리가 예쁘게 잘 나왔어요."
성수진은 JYP와 YG의 사뭇 다른 스타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박진영 PD님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으신데 그렇게 불러야 만족을 하신다. 개인적으로는 제 스타일에서 조금만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좀 힘들었다"면서 "사실 '공기반 소리반'은 정말 좋은 말이고 직접 보여주시기도 했다. 근데 그게 이해가 잘 안 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YG는 디테일한 티칭보다는 개인의 스타일을 존중해준다. 일단 '너 스타일대로 해봐'라고 하시고 '그런 느낌 괜찮은데? 다르게 해볼까?', '그것도 좋은데? 네가 원하는 걸로 해' 그래서 자꾸 계발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성수진은 3사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SM은 디테일한 것들이 굉장히 체계적이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잘 맞고 JYP는 PD님처럼 따라가게 되고 자신감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YG가 좋을 것 같다"고 정리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던 오디션 프로그램은 몇몇은 폐지 수순을 밟았고 'K팝스타'는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게 됐다. '시즌2' 악동뮤지션의 우승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시즌3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제가 보기에 'K팝스타'는 세련됐어요. 다른 오디션들보다 연령대가 낮으니까 '트렌드-트렌드-트렌드'라고나 할까요. 사실 제가 23살인데 나이가 제일 많거든요. 저처럼 올드하게 노래하는 친구들은 흠을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저도 고쳤잖아요. 트렌드에 맞게 노래하니까 사람들도 찾고 듣기에도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방)예담이도 그렇고 악동뮤지션도 신선하잖아요.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도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 '위대한 탄생' 오병길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오병길은 2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MBC '위대한 탄생'에 도전해 TOP3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그는 방송 중 결혼까지 했다.
"시기가 맞았어요. 결혼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슈퍼스타K'는 이미 예선이 끝났었고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 해볼까?' 그런 심정으로 했었거든요. 그때 예선을 보고 있던 게 '위탄'이었고 참가했는데 계속 올라가게 됐죠. 정말 잘 나간 거 같아요. 거기 안 나갔으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겠죠?"
멘토제를 바탕으로 한 '위탄'은 멘토와 멘티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김태원은 구자명, 손진영, 이태권 등을 직접 품기도 했다. 당시 오병길은 25세 이상 그룹에 묶여 김연우를 멘토로 맞았다. 둘은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함께 열창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사실 우리 그룹은 워낙 다 나이가 있는 친구들이라 대부분 누구를 가리키다가 온 애들이 많다"면서 "선생님도 그걸 알기 때문에 노래를 다 뒤집어엎는다기 보다는 본래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좋은 점을 살려주신다. 하지만 귀는 내가 따라갈 수 없으니 들었을 때 안 좋은 부분이라든지 버릇 같은 부분들을 정리해주시고 큰 터치는 없으셨다"고 회상했다.
'연우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는 가수다' 등을 통해 뛰어난 음악실력을 뽐낸 김연우. 그는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예술학부 전임교수로 학생들의 보컬을 지도해 강의 평가 1위를 받은 바 있는 인기교수다. 이런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 어떤 기분이었을까?
"엄청 좋았고 처음부터 원했던 사람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김태원, 용감한 형제, 김소현 선생님 등 다른 멘토 분도 계시는데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봐주시면 많이 봐주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김연우 선생님은 방송 촬영 외적으로도 일주일에 3~4번 정도 전화하셨다. 다 모아서 바에도 가고 항상 레슨도 봐주셨다. 관계가 연예인과 일반인이 아닌 다정한 형 같았다"며 "지금도 메시지로 연락을 한다"고 말해 이를 듣던 성수진은 부러움을 표하기도.
오병길은 멘토제 뿐만 아니라 참가자의 연령대에 맞게 각각 다른 스타일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위탄'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표현했다.
"25세 이상 그룹은 거의 출연자가 꾸려가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저희는 그게 편했어요. 음악적으로 지적당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도 솔직히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편곡하고 녹음 뜨고 노래하니 떨어지더라도 할 말이 없잖아요. 반면에 어린 친구들은 그런 부분에서 약할 수 있고 또 나를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으니 그 친구들은 저희와 반대로 붙어서 해주더라고요."
분명 오병길은 '위탄'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기사는 물론이고 어디에선가 그를 소개할 때면 꼭 '오디션 프로그램 위탄 출신 가수'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에 대해 그는 "좋다. '위탄'으로 인해서 주목을 받았지 않느냐"라면서 "작가님이나 PD님 등 많은 관계자분들이 프로그램을 살리려고 많은 노력을 하시는데 나는 그저 숟가락을 얹어서 노래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름 앞에 '위탄'이 붙어서 기사가 나오면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초심을 바로 잡게 된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K팝스타'는 기라성 같은 출연자가 많았잖아요. 반면에 '위탄'은 인지도가 많이 떨어져요. 1등 했는데도 주목을 잘 못 받기도 하고요. 제가 좀 잘 돼서 '그래도 위탄하면 오병길이 잘되지 않았느냐'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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