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1993년도에는 유난히 보석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연예인이 많았다. 가수 아이유와 로이킴, 샤이니 태민, 씨스타 다솜, 배우 유승호 등.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1993년생 연예인'을 쳐보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배우 이현우(20)가 가장 먼저 나온다.
최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현우는 '본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는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면서 어떤 식으로 검색되는 건지 직접 확인한 후 "이게 인기가 있어서 앞에 나오는 거예요? 우와우와~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사드립니다"라고 해맑게 소감을 밝혔다.
아역배우 출신인 이현우는 '선덕여왕', '공부의 신', '아름다운 그대에게' 등의 작품에서 훈훈한 성장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어릴 때 얼굴에 키만 자란 그야말로 훈남배우가 됐다. 특히 유난히 어려보이는 외모에 반달 눈웃음, 반바지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서 즐겨 입는다는 취향까지 겉보기에는 아직 19살 고등학생 같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서일까. 눈웃음 속에는 생각을 정리해 또박또박 말하려는 신중함은 물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배려까지 어른스러운 면이 녹아있는 것이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 이하 '은위')의 리해진과 닮아있었다.
놀라운 흥행 덕에 이현우는 지칠 만도 했지만 "잘 되고 많이 알아봐주셔서 좋죠. 피곤하지도 않아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김수현을 보러 갔다가 이현우에 빠져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 개봉 이후, 이현우에게 큰 관심이 쏠렸다. 수트 뺨치는 교복 핏에 때로는 풋풋한 웃음으로 때로는 의리 있는 남자의 면모를 보이는 리해진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현우는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객관적인 평가도 못하겠고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 거 보다 리해진이 나오는 장면에 눈이 더 가더라"면서 "좋은 면을 보기 보다는 아쉽거나 다른 부분을 보려고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이 보였다. 잘 나온 장면도 있지만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전체적으로는 전에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고 그런 모습에는 만족을 했다. 사실 남들은 스쳐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이 영화에 나왔을 때 극에서 안 맞는 표정이나 대사의 뉘앙스 같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실 이현우는 익히 알려진 대로 캐스팅 전부터 웹툰을 4번이나 읽을 정도로 '은위'의 열혈 팬이다. 재밌게 본 작품 속 인물을 직접 연기하게 된다니 어떤 기분이었을까.
"웹툰을 읽을 때는 영화화되는 걸 몰랐으니 다른 독자들처럼 재밌게 봤는데 캐스팅 얘기가 나와서 너무나 신기했죠. 기뻐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원류환(김수현), 리해랑(박기웅) 캐릭터들이 각각의 매력이 다른데 전 리해진이라는 친구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리해랑과 리해진, 이름이 비슷한 두 사람의 관련성에 대해 묻자 그는 "제가 알기로는 전혀 없다"면서 "훈 작가님이 관객 500만이 넘어서 '시즌2'를 쓴다고 하시지 않았느냐. 거기서 말도 안 되게 '형제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은 숙명처럼 '답습과 재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 특히 '은위'는 웹툰을 그대로 실사화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죠. 사실 원작이 있다는 게 좋으면서도 힘든 부분이에요. 이번 영화는 원작과 비슷하게 가려고 해서 저도 최대한 원작 속 해진이를 끌어오는 게 목표였는데 큰 차별화를 두지 않고 가져오다 보니 느꼈던 걸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게 어려웠죠."
다소 길다고 지적받았던 액션신에 대해서는 "사실 대놓고 '액션만 보여주자' 그건 아니다"라며 "그 안에서 서로 느끼는 감정들과 상황이 충분히 나오고 거기에 액션이 조화를 이뤄서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리해진은 어린 시절, 자신을 챙겨준 원류환을 동경한다. 이에 김수현과 케미 돋는 신이 곳곳에 등장했고 잘생긴 남배우 두 명의 달달한 모습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화면으로만 봐도 오글거렸다"고 운을 뗀 그는 "원작에서는 과하게 표현돼서 자칫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로 표현할 때는 '너무 그렇게 선을 넘지도, 너무 안 보여주지는 말자'고 해서 적정선을 찾은 거고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수현과 함께 죽는 결말에 대해서도 이현우는 "존경하고 선망하는 대상이 그렇게 됐으니 안타깝기도 하고 '내가 최대한 지켜주자' 그래서 총을 맞은 것 같다"며 "실제 제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저라도 그랬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영화 속에서도 남자 배우 셋은 의리를 과시했지만 실제로도 무대 인사 등에서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일단 수현이 형 같은 경우는 정말 연기를 잘하고 자신의 매력이 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에요. 다들 느끼실 거지만 표정이나 선이 정말 멋있어요. 그런 걸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굉장히 열정적이어서 연기자로서의 김수현을 떠나서 실제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요. 기웅이 형도 다 포함되고 특히 맏형인데 오히려 수현이 형보다도 애교도 많고 경력도 오래 돼서 그런지 그 안에서 묻어나오는 게 많아요."
'가장 잘 생긴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현우는 "기웅이 형이 제일 잘 생겼다"면서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기웅이 형이 '이 작품은 서로 경쟁심은 최대한 줄이고 잘 맞춰주면서 할 때 더 잘 나올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저희도 들으면서 '좋다'고 생각해서 경쟁심 없이 잘 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사실 이현우는 처음부터 배우라는 직업이 꿈이고 너무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그가 13살이었을 때는 막연하게 좋아했던 축구선수나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다.
"길거리에서 명함을 받아서 그걸 부모님께 보여드렸더니 '적성에 맞으면 해봐라'라고 하셨죠. 사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걸 시키셨거든요. 연기도 그 중 하나였던 거죠.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꼬맹이 이현우가 지금의 이현우가 된 거예요. 지금은 그때랑은 달라요.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이현우는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그 어렵다는 사극부터 현대극, 아역과 성인배역,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도전을 통해 꽤 많은 경험을 쌓았다.
"안 하던 걸 하면 당연히 부담이 되고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고민도 많죠. 사실 먼저 해봤던 걸 또 다시 하면 물론 편한 건 있어요. 근데 그게 마냥 편한 건 아니죠. 해야되는 연기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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