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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김겨울, 악역이 두려우랴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맛 느껴보고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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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진 기자/사진 장진용 기자] 고고하고 콧대 높은 여배우가 도덕률인 시절이 있었던가. 그들의 가치를 동경하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지닌 카리스마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허나 오늘날에 상황은 조금 다르다. 신비주의 하나만으로 여배우라는 자리를 고수하기 힘든 때가 온 것. 이미지 속에 갇혀 살아온 그들이 스스로 하나씩 베일을 벗으며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말한 후자의 요건에 딱 들어맞는 여배우가 브라운관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신인배우 김겨울이다. 솔직 담백, 시원 털털한 모습을 내비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이 제법 신선하게 느껴졌다.

1월 말 종영한 KBS 드라마 ‘학교 2013’에서 과학 선생님 김연아 역으로 분했던 김겨울은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본격적인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 드라마가 잘 됐던 만큼 작게나마 치를 수 있었던 유명세는 덩달아 얻게 된 것이라며 겸손한 태도까지 보인다.


그는 1988년 생, 만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학생 역할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선생님 배역을 맡게 됐다. 극중 학생으로 분했던 배우들과 동갑 혹은 한 두 살 차이나는 정도였다. “오디션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노안이라며 제 배역을 만들어 주셨다. 그게 바로 섹시한 콘셉트의 과학 선생님 이었다”

또래 배우들이 아닌 연기자 선생님들과 더 많은 호흡을 맞춘 것은 이 드라마를 통해 주옥같은 성과를 얻는 계기가 됐다. “큰 힘을 실어주셨다. 베테랑 선생님들의 조언 하나하나는 초짜 배우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셨다. 필드에서 경험한 살아 있는 강의였다고 할까”

나이 들어 보여서 얻게 된 캐릭터는 브라운관에 갓 입문한 신인 배우에게 제법 큰 역할이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부각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김겨울은 앞으로 펼쳐질 연기에 관해 또박또박 제 생각을 밝혔다.

“운동을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연기할 수 있는 스토리였으면 좋겠다. 이름부터가 동계 스포츠와 잘 어울리지 않나”

도시적이고 센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이 아쉽다며 고민을 토로하면서도 한편으론 악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보인다. “나쁘든 착하든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설령 지독하게 악한 악역을 맡을 지라도 욕먹을 것이 두려워 피하고 싶진 않다. 잠깐 나와도 임팩트 인상을 남겼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스스로를 쿨하고 아줌마스럽다며 넉살좋게 웃던 김겨울은 악역에 대해 시원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로 유쾌한 말을 내뱉는다. “청순가련형 연기는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악역 하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맛이 있지 않나. 그 기분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김겨울은 배우 공효진처럼 트렌디한 배우가 되고 싶단다. 여배우로서는 큰 키, 숨기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엉뚱함이 신선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면서 인터뷰 끝자락, 강력한 한방을 날린다.

“키가 크면 운동화 신으면 되고 악역 맡았다면 ‘나쁜 년’ 소리는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배우로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단계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콧대 높은 여배우가 되고 싶진 않다. 길거리에서 ‘언니’라고 편하게 불러줄 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의상: 스타일난다, 슈즈: 스티유, 액세서리: 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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