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2’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찍은 작품이다. 그래서 다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기도 하고(웃음) 한태훈의 성숙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찰나 ‘차지호’를 만나게 되었다. 한태훈과 닮아있기도 하고 농도의 차이겠지만 내가 가진 모습과도 비슷하니까.”
첫사랑이 돌아왔다. 보통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던데. 이 남자와의 재회는 그저 반갑기만 하다.
그 시절 새침한 인상에 톡 쏘는 말투를 가진 소년 ‘한태훈’은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차지호’가 되어 돌아왔다. 한태훈과 차지호는 농도의 차이일 뿐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이를테면 무뚝뚝하고 차갑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부분이다. 예컨대 ‘나쁜남자’의 조상 격이라 할 수 있겠다.
KBS 2TV 일일시트콤 ‘패밀리’로 돌아온 심지호는 이전과 같은 청량함을 그리고 이전보다 짙은 성숙함을 가진 ‘나쁜남자’로 돌아왔다. 조금씩 천천히 성숙된 ‘나쁜남자’의 매력은 이전보다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 소년은 어른이 되어
“‘학교2’로 데뷔했다. 처음 ‘한태훈’이란 역할을 맡았을 때 ‘이거 백퍼센트 돌 맞겠구나’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그런 캐릭터는 외면 받았으니까(웃음) 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 신드롬이 일어났었다.”
심지호는 그야말로 ‘나쁜 남자’에 최적화된 배우다. 마치 오랜 기간 동안 ‘나쁜 남자’를 연구해온 장인 같다. 까칠하고 도도해보여도 좋아하는 상대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시절, 한태훈이 나쁜 남자의 ‘시작’을 알렸다면 차지호는 나쁜 남자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차지호는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차지호’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해보자 싶었다. 사실 시트콤을 실패해 본 경험이 있어서 망설이긴 했지만(웃음) 일단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과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녹여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다.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그만큼 경계하는 것도,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진 것이다. 심지호는 ‘인기’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젠 어떤 것에 대해서도 100퍼센트 다 믿지 않는다. 인기도 그렇다. 지금 잠깐 주목 받고 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드니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 일을 10년 이상 해서 그런 건지(웃음) 이런 패턴이나 생리를 알다보니 그런 것들이 예견 된다.”
심지호에게도 ‘딜레마’는 있다. 벌써 데뷔 14년 차를 맞는 그이지만 인기에 대해서만큼은 조심스러운 태도다. 그는 ‘대중이 없다면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기에 대해서 덤덤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런 관심들이 너무도 감사지만 동시에 걱정되고 두렵기도 하다. 관심이 높아질수록 실망감도 커지니까. 인기에 연연하다가 내가 고수한 신념 같은 게 무너질까봐 걱정이다. 조금 더 날카롭게 닦아야 하는데 무뎌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 결함과 결함이 만났을 때
누구에게나 결함은 있다. 모난 성격이나 아름답지 못한 것들은 누군가에게 ‘결함’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결함과 결함이 만났을 때, 예기치 못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바로 서로가 갖추지 못한 ‘온전함’이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그것은 새로운 ‘완벽’을 지향한다.
“그게 사랑인 것 같다. 누구나 연애할 땐 제정신이 아니지 않나(웃음) ‘패밀리’의 인물들은 모두 결함이 있다. 완벽해 보이는 인물과, 결함이 많은 것 같은 인물이 어우러지며 융화되는 모습이 ‘인간다움’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차지호’에 대한 결함을 이야기 하며, 실제 심지호에게는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왜 콤플렉스가 없겠나’하고 자신 있게 말을 꺼내더니 ‘나는 그냥 내 얼굴이 별로다’라며 천진하게 웃어버린다.
“항상 평범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 영화를 보다가 문득 거울을 보면 웬 밋밋한 얼굴이(웃음) 요즘엔 잘생긴 배우들도 많으니까 그 속에서 내가 가진 매력을 찾아내고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엔 내 매력을 잘 못 보여준 것 같다. 그런 건 나이가 들어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밋밋하다고 표현했지만 심지호에게는 선명한 ‘색’이 존재한다. 심지호 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 캐릭터’의 구축이다.
“언젠가는 ‘이 역할은 심지호가 딱이다’라는 소릴 들어보고 싶다. 나만의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싶기도 하고. 무작정 변신의 귀재인 선배들처럼 변신을 해선 안 될 것 같다(웃음) 일단은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간 애매하게 굴어서 13년을 방황한 것 같다. 지금은 ‘나쁜 남자’ 캐릭터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듣는다. 사실 나도 그게 편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더 나쁜 남자처럼 보이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제공 : (주)스타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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