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아름다운 울레리에 아침이 밝았다. 새벽녘 롯지 앞마당에서 바라다 본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히운출리봉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아침식사로 계란후라이와 오믈렛, 흰밥과 가져온 깻잎 등으로 맛있게 먹었다. 여학생 대리는 아침 7시경 걸어서 한 시간이 걸리는 학교로 떠났다. 아침 8시 여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고레파니로 떠난다. 여주인은 내려갈 때 꼭 들르라며 집밖까지 따라나와 배웅을 한다.
고레파니 가는 길에 멋쟁이 영국청년 마크와 캐나다 처녀를 만났다. 두 사람 다 성격이 쾌활했다. 카나다 토론토의 영 스트리트와 온타리오 스타디움 이야기를 하니 카나다 처녀 반갑다며 고향이야기에 침이 마를 새가 없다.
12시경 지붕을 온통 푸른 색으로 칠한 마을 고레파니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친근감이 드는 고레파니에서 하루를 묵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한 낮의 푼힐 전망대도 가고 싶어 푼힐의 마지막 롯지까지 이동했다.
점심식사로 모처럼 마늘 스테이크(Garlic Steak)를 주문해봤다.(450루피). 주인 ‘이사’가 불쇼를 하면서 스테이크를 들고 나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먹기 힘들 정도로 몹시 짰다. 이곳의 스테이크는 모두 야크고기로 만든다. 안나푸르나나 에베레스트나 그밖의 모든 지역의 음식은 짜다. 고산지대음식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짠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트레커들은 요리를 주문하기 전에 소금을 사용하지 말라고 반드시 당부를 해놓아야 한다.
우리 돈으로 9천원이나 주고 먹은 스테이크가 만족치 않아 주인을 불러 “음식을 할 때 소금을 많이 넣는 것은 좋지 않으니 앞으로는 적은 양만 사용하라”고 당부를 했다. ‘이사’는 미안한지 음식값을 조금 깍아주면서 "마침 쿡이 포카랑에 나가있기 때문에 간을 못맞췄다"고 미안하단다.
이곳에 음식이 맛있는 집이 어디냐 물으니 추천할만한 집이 없단다.(속이 상했나?) 창밖을 가리키며 “지붕에 황금빛 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어떠냐”고 물으니 그 집은 괜찮단다. 쿡도 있고… 그래서 찾아간 곳이 헝그리 아이 게스트 하우스(Hungry Eye Guest House). 그곳에서 네팔에 온 이래 가장 명랑한 스무 살 아가씨 ‘마야’를 만난다.
오후 2시경 PC방에 두 번이나 들러서 접속을 해보지만 한국보다 20배는 느린 것 같고 비용도 비싸다. 분당 8루피(160원), 시간당 400루피(8,000원). 5분간 인터넷을 하다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기다리다가, 한글지원이 되지 않아서 그만 두고 말았다.
롯지에서 푼힐전망대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걸린다. 거리는 짧지만 그래도 고도(3,210m)가 있어 숨이 턱턱 막힌다. 한낮의 푼힐전망대에는 트레커가 없다. 고산지대의 특성상 오후에는 구름이 많아 아름다운 히말라야를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가하게 전망대를 여기저기 거닐면서 히말라야를 바라다보는 것은 나름 행복한 추억이다.
밤새 여러 번 잠을 깨다가 기상시간인 5시를 놓쳤다. 어제 마야가 5시 30분에 출발하라고 했는데… 정신없이 옷을 입고 5시 40분에 롯지를 출발해서 6시 20분경 푼힐에 도착한다. 전망대에는 벌써 사람들이 백 여 명은 넘게 일출을 기다리고 있고 영하는 될 것 같은 추위에 엉성한 찻집은 더욱 붐빈다.
아주 맑은 날씨는 아니어서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을 하던 중 30분을 기다려 6시 50분경에 드디어 기다리던 일출이 시작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히말라야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서서히 떠오르는 히말라야의 아침해는 이틀간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에서 찾아 온 트레커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제 나야풀을 떠나 이틀간 푼힐트레킹을 하며 만났던 트레커들을 모두다 이곳에서 만났다. 나라와 사상, 인종과 종교 그리고 연령과 성별을 떠나 모두가 하나가 된다. 온 히말라야를 밝게 비추던 푼힐의 일출은 그대로 내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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