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내용 반영.>>"법정관리 들어간 회사의 대주주에 부담지우는 건 무리한 처사""해운업을 금융적 시각으로만 접근한 것이 물류대란 근본원인"
한진해운[117930]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라는 이유로 대한항공[003490]에 출연 등 지원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류대란의 책임을 정부가 개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며, 정부에 더 큰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2일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연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좌담회 좌장을 맡은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대한항공 측에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우려스럽다"며 "법적으로나 회사경영 측면에서나 법정관리에 들어간회사에 대해 대주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 "대한항공 출연·조양호 사재 요구 초법적 발상" 토론자들은 물류대란과 관련해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상호출연을 하고 조양호 회장은 사재를 털어서라도 회사를 살리는 데 동참하라고 한 것은 "주식회사 제도를 파괴하고 자본주의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출연하고,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건부로 600억원을 한진해운에 대여키로 결정한 데 대한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에 대한 출연 강요는 초법적 요구"라며 "채권단이 법적 근거도 없는 '주주의 무한책임'을 강요하고 있어 회사법상주식회사 제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진그룹 각 계열사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사용돼야 할 자금이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제 더이상 한진그룹 계열사도 아닌 한진해운을 위해 쓰여지는 것이 옳은가"라고 반문하며 "이전 오너에게 원칙도 근거도 없이 사재 출연을 강요한것도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관여하게 하는 것은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지주회사 체계로 가라고 요구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한 최 교수는 "한진해운의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진그룹의 출연을 요청하는 것은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에게 배임을 강요하는 셈"이라며 2013년 김승연 한화 회장 사건에 배임죄가 적용된 사례를 거론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기존 대주주, 경영자의 손을 떠난 것이므로 계속 대주주, 경영자와 연결지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국민적 감정에 편승해 조양호 회장도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쉽게 이야기한 것같다"고 말했다.
연 교수는 또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대주주가 된 것이 조선·해운업이 이미 부실화된 2014년이므로 지난 2년간의 경영이 부실화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라며 "경영진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 때문에 발생한 부실에 대해 경영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 "물류대란 개별기업 떠넘기기 안돼…국가가 해결해야" 토론자들은 물류대란 사태에 정부 책임도 큰 만큼 정부가 해결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현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해양수산부가 해운업의 중요성과 파산 시파장에 대해 정부 내에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역할을 못 했다"며 "이번 물류대란은 후폭풍에 대한 대비를 전혀 세우지 않고 법정관리로 몰고 간 정부에더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연강흠 교수도 "선주협회가 물류대란 가능성을 우려했음에도 정부와 채권단이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러고도 개별 기업에 국가 차원의 물류 문제를맡기거나 책임지게 하는 것은 역할 떠넘기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한진해운 임직원의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주주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물류 사태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산업구조상의 문제이자 경제 인프라 문제로 당연히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해운업 전반과 중장기 물류 대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현 교수는 "해운업은 해양물류를 넘어 외교·안보, 신해양산업 등 다양한분야에 확장성이 있는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인데 이런 산업을 금융적 시각에서만접근해 지원에 인색했던 것이 오늘날 물류대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를 바라보는 채권단의 시각이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는 차원에 머물러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해운업이나 해양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중요한사안"이라며 정부의 접근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연강흠 교수는 "국가가 거시적 측면에서 미래 전략을 갖고 산업 구조조정 등을통해 중장기적으로 물류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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