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서 14년 박정웅씨 "정주영의 정신유산 활용해야"
'초인(超人)이었다.' 1974년부터 1988년까지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를 맡아 당시 전경련 회장이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보좌했던 박정웅(73) 메이텍 회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의 거인 정주영'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자동차 독자개발, 조선소 발상, 중동 건설 진출 등 정 전명예회장이 엄청난 모험을 감행하면서 이룩한 모든 사업분야들이 일반적인 상식과통념에 비춰봤을 때 당시로는 가능한 게 단 하나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분의 출생이나 교육배경, 초창기 사회생활을 떠올려볼 때 '초인'이란 말 이외에 그분을 달리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정주영이란 분이 이룬 업적은 많은 경영학자들의 이야기처럼 '최고의 일류기업가 열 사람이 평생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엄청난업적'이고, 그것을 각고의 노력으로 이룩한 분이니 초인이 맞습니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정 전 회장에 대해 박 회장은 "시대를 뛰어넘는 발상력과상식을 뛰어넘는 직관력으로 그 일을 해내서 한국 경제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이어갔다.
박 회장은 정 전 명예회장 옆에서 직접 경험한 일화들을 바탕으로 '이봐 해봤어? :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이라는 책을 펴낸 인물이다.
정 전 명예회장이 '박군'이라 불렀던 박 회장은 국제무대에서 정 전 명예회장이가장 화려했던 시기에 그를 보필해 '기업가'와 '인간' 정주영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정주영 알리기에 앞장서 '정주영 정신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박 회장은 책 제목 '이봐, 해봤어?'에 대해 "정주영 회장이 평소 사업 지시를내리고나면 김 사장, 이 사장, 박 전무 등은 그 지시가 왜 힘들고 불가능한지 이야기했다"며 "그걸 묵묵히 듣다가 심기가 불편해져 이름, 직급을 제쳐버리고 '이봐,해봤어?'라고 묻던 말에 정주영 회장의 성공 비결이 다 들어있다"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이 그랬어요. 어떤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있는 길도 안 보이지만, 어떤 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없는 길도 보이기 시작한다. 길이 없으면 되는 쪽으로 길을 만들 수도 있다고. 그러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정 전 명예회장은 그런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위트 있게 표현할 줄도 알았다.
한번은 정 전 명예회장이 주변에 "이봐 당신들. 골프 좋아하는 사람 많잖아. 골프 홀의 크기가 대접만하면 그 골프가 무슨 재미가 있겠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아침마다 일어나면 무조건 즐겁다. 좋은 일이 있으면 잘 돼서 즐겁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걸 오늘 나가서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흥미로 가슴이 벅차다"라는 어록 소개가 이어졌다.
박 회장은 "이분 발자취를 보면 이것이 단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었음을 알 수있다. 그런 점에서 대단한 분"이라고 감탄했다.
정 전 명예회장이야말로 '진짜 창조경제'를 실현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박 회장은 특히 "정주영 회장이 그 당시 상식으로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조선,자동차 산업, 중동에 진출한 것 외에도 천수만 간척사업을 할 때 세계 토목공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해상 물막이 공사로 공사 기간을 엄청나게 줄이고 경비를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주영 회장은 '인간의 창조적 상상력이 가지는 무한한 힘'이라는 말을가장 좋아했는데 그 말에 대한 철저한 신봉자인 동시에 실천자였다"며 "우리가 요즘창조경제를 강조하지만 40~50년 전에 이미 위대한 창조경제의 선구자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는 '정주영의 도전정신'을 본보기로 삼아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정주영 회장의 도전하는 용기, 위기에 맞서는 의지와 과감함을 물려받아 오늘날 처한 현실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과 모임을 가졌던 자리에서 그들의 은어인 '헬조선'이란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노력해도 돌파구나 희망이 없고 절망적이라는 의미였을 텐데, 그런 젊은이들이 정주영 회장이 20대이던 1960∼70년 시절에 그분이 처했던 사업 환경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전 명예회장이 생전에 젊은이들에게 강조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어떤 일이 어렵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그것을 성취했을 때 어떤 일보다 가치 있고 보람 있고 그 열매 또한 크다. 실패는 성공을 뿌리내리게 한다. 비바람을 견디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무난히 자란 커다란 나무는 강풍이 불면 제일 먼저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힌다." 박 회장은 최근 정 전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에 대한 조명이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정주영이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한국의 경제발전이 어땠을지 생각해본다면 그가 엄청난 일을 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정주영 회장을 단순히 '건설맨'이라면서 '운이 좋았다', '정경유착해서 컸다'고 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양반이 위대한 일을 했다는 평가에만 그칠 게 아니라 정주영의 정신과 용기, 창의력을 어떻게 정신 유산으로 삼아서 활용할지가 중요하다"면서 "그의정신을 새롭게 들춰내 조명하고 무엇을 이어받을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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