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도 국감장에대거 불려 나왔다.
경제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다수 업종의 업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중대의사결정에 매진해야 할 CEO들이 장시간 국감장에 붙들려 있는 바람에 막대한 경영손실을 보고 있다며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CEO가 국감장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해외 비즈니스 신인도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제는 '기업인 망신주기' 식의국감 행태를 바꿔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5시간 출석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 국감장에 섰다.
신 회장은 시종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각종 논란과 관련한 질의에는 단호하게 답변했다. 신 회장은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려 5시간을 증인석에 앉아있었다.
신 회장은 마이크를 두 손으로 모아쥐고 "의원님이 말씀하신 부분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개선하겠습니다", "지적하신 부분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등 깍듯하게 답했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받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 가족 간일로 국민한테, 의원들께도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짜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 숙여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국적 논란 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답변했다.
신 회장 외에도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조대식 SK㈜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지주부회장 등이 지난 14일 정무위 금융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나왔다.
대기업 관계자는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인데 정치인들이 본인 이름을 알리려는'한건주의'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기업인으로서는 국감장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인사는 "최근 몇 년간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창피를 주거나 장시간 대기하고 질문 하나 정도 하고 끝내는 일이 많다"면서 "기업으로서는 국감장에 불려가는 것만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만큼 증인이나 참고인 신청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국정감사 증인이 정치 흥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목적을 위해 기업인 망신주기식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국회의 과잉이자 월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포스코 비리' 정준양 전 회장 재소환 =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15일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이달 3일과 9, 10일에 이어 4번째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상대로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 이병석 의원 등 유력 정치인을 등에 업은 특정 협력업체에 사업상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측근이 실소유한 협력사 티엠테크, 이 의원과 실소유자가친분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청소용역업체 이앤씨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관련자 진술 등 통해 정 전 회장이 개입한 흔적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검찰이 지난 11일 압수수색한 자재운송업체 N사, 집진설비측정업체 W사도 이 전의원의 비호 속에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포착돼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제공한 이러한 특혜가 2009년 그룹 회장 선임을 도와준 데대한 '감사의 표시'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3∼4가지 혐의를적용해 정 전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수2부는 또 지난 17일 경북 포항 남구에 있는 D업체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거래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D사가 포스코에서 일감을 집중 수주하는 등 사업상 특혜를 받은 단서를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D사는 2010년 설립돼 매출 대부분을 포스코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일일점장으로 변신한 삼성 사장들 = 지난 16일 삼성 서초사옥 딜라이트 광장에서는 추석 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이 팔을 걷어붙이고 일일점장으로 나섰다.
8개 계열사와 21개 자매마을이 참가해 과일과 한우 등 50여종의 특산물을 판매했는데 수요 사장단회의를 마친 사장들이 직거래장터로 직행해 삼성 로고가 새겨진파란 조끼를 걸치고 자매결연을 한 마을 부스에서 직접 판매에 나섰다.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글로벌투게더에서 점장으로 나섰다. 판매 목표에 대해 묻자 그는 "전량 판매, 재고 제로"라고 외쳤다.
바로 옆 삼성전자 부스의 점장으로 있던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글로벌투게더 매장을 방문, 박 부회장으로부터 쿠키세트 20개와 천연비누 10세트를 구입했다. 신 사장은 직접 시식용 불고기와 사과 등을 방문객들에게 건네며 구입을 권하기도 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매장을 돌며 특산물 맛을 봤고 전북 무주에서 온머루와인 등을 판매하던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유기농 제품"이라고강조했다.
이외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이상훈 사장,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사장, 삼성생명[032830] 김창수 사장, 삼성화재[000810] 안민수 사장, 삼성엔지니어링[028050]박중흠 사장 등이 점장으로 변신했다.
◇ 삼성 채용 지원자 '허수' 줄었다 = 지난 14일 마감한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 수가 예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늘었지만 '허수 지원자'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미래전략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전체 지원자 수가 늘긴 늘었는데 허수는줄었다"면서 "우리는 변화하고자 하는 열정, 인테그리티(진실성)를 가진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1995년 열린 채용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년 만에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해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했다. 이전과는 달리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지원자에게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 GSAT 응시 규모에 대해 "이번에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답했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지원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 "예년과 비슷할 걸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수요 사장단회의 브리핑에서"채용 제도가 바뀌고나서 이번이 첫번째인데 허수 지원자는 좀 줄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삼성 대졸 채용에는 매년 연간 20만명의 지원자가 몰려 예전의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두고는 '삼성 수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새로 도입된 직무적합성평가는 이달 중 실시된다.
명칭을 SSAT에서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로 바꾼 삼성직무적성검사는 10월18일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와 미주 2개 지역(뉴욕·로스앤젤레스)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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