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매입임대 전용 85㎡ 초과 1천784가구…전체의 3% 육박월임대료 30∼40만원선, 일반 매입임대 4∼5배…월세 83만원짜리도"서민주거안정 취지 어긋나"…LH "다가구주택 집주인용이라 불가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위한 매입 임대사업을 시행하면서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일부 대형 면적이 포함된다가구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매입임대사업은 LH 등 공공기관이 기존 다가구·다세대 주택 등을 매입해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 가족 등 최저소득 계층에게 시중 전세가격의 30% 선에 임대하는 것이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매입임대사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용 85㎡ 초과 중대형 매입임대주택은 총 1천784가구에 이른다.
이는 LH가 이 사업을 시작한 2004년 이후 매입,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임대주택재고 6만232가구의 2.96%에 이르는 것이다.
LH가 2000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사들인 매입임대주택 총 3만242가구(다가구·다세대 등 포함) 가운데서도 약 2.5%인 752가구가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다.
이들 중대형 주택은 대부분 구분 소유가 돼 있지 않은 다가구주택의 최상층으로집주인의 거주를 위해 만든 공간이 많다.
LH가 지난해 매입한 다가구주택 가운데 울산광역시 남구의 한 주택은 최상층의전용면적이 215.88㎡(65.3평), 계단실 등을 포함한 공용면적은 246.41㎡(74.5평)에달했다.
전체 11가구가 있는 이 다가구주택의 총 매입가는 12억2천700만원으로 집주인용최상층에만 37%가 넘는 4억5천800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LH가 책정한 이 주택의 임대료는 보증금 1천700만원에 월 43만원. 일반적인 LH매입임대주택의 월 임대료(8만∼10만원)의 4∼5배 수준이다.
또 LH가 2013년 말에 사들인 충북 청주시의 한 다가구주택은 전용 185.96㎡(공용 199.78㎡)짜리 대형 주택이 포함돼 있고 울산 북구의 또다른 다가구주택도 최상층 면적이 170㎡(공용 198.26㎡)로 넓다.
면적이 크다보니 월 임대료도 각각 33만8천원, 42만1천원에 달해 정부로부터 주거급여 등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 가족 등이 거주하기에는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 남구의 전용 138.65㎡짜리 다가구주택 최상층은 월 임대료가 83만1천원(보증금 1천300만원)으로 임대료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전용 127.5㎡ 다가구는 월세가 78만6천원(보증금 1천100만원), 울산 남구의 전용 124.35㎡는 월세가 73만5천원(보증금 1천200만원)이다.
이처럼 대형 다가구주택 매입이 가능한 것은 전용 85㎡ 이하로 매입 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다세대와 달리 가구당 면적이나 호수 제한 등 세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가구당 9천500만원의 예산을 토대로 LH가 자체 자금을 추가해재량껏 구입하면 된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방의 다가구주택은 집주인용 주택을 수도권에 비해넓게 지어 일부 매입임대사업용 주택에 초대형 면적이 나오기도 한다"며 "매입임대주택 재고 6만가구 가운데 다가구주택이 약 4만5천가구에 이를 정도로 다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면적 등의 제한을 두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집주인용 주택은 면적이 큰 만큼 수급자 가운데 5인 이상 대가족이나 사회복지단체 등이 운영하는 그룹홈에 우선 공급하고 대상자가 없는 경우 일반 저소득층에 배정하고 있다"며 "그만큼 임대료도 높게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사업에서 정부 예산으로 지나치게 큰 주택을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매입임대주택 구입에 투입된 예산은 총 2조4천323억원이다.
이 가운데 면적 기준으로 20.4%인 4천972억원이 전용 85㎡ 초과 구매에 쓰였다.
이 의원은 "중대형 구입에 사용한 예산 20%로 중소형 주택을 샀다면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수급자 등에게 혜택이 돌아갔을 것"이라며 "매입임대사업용 주택에지나치게 큰 중대형이 포함된 것은 최저소득계층의 주거안정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고 사업비 부족과 LH 및 지자체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매입임대사업을 확대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제도와 매입방식등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가구주택은 집주인용 주택 면적이 넓어 85㎡ 초과가 나올 수 있지만 초대형 주택이 포함된 다가구까지 매입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지역별 불가피성이 있다면 더 많은 수급자의 주거안정을 위해대형 리모델링을 통해 중소형을 나눠 공급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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