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정비 시간과 달라" 실효성에 의문 제기
바가지요금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자동차정비 공임료 공개 제도가 시행 첫날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비업체들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8일부터 엔진오일 교환, 타이어 수리등 주요 정비 작업 35개 항목에 대한 공임료를 홈페이지나 사업소 내 게시물로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표준 정비시간 산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임료는 정비사업자단체가 작업별 표준 정비시간을 산정해 소속 정비 업체에통보하면 여기에 업체별로 시간당 공임을 곱해 산출된다.
소비자들이 흔히 아는 정비 요금은 이 공임료에다 부품 가격을 더한 값이다. 업체별 부품가격은 지난해 8월 공개됐기 때문에 나머지 공임료만 공개되면 소비자들은정비업체별로 정비 요금을 파악해 비교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를 위해 표준 정비시간 산정을 의뢰한 정비사업자단체는 3곳이다. 이 가운데 3급 정비업체가 가입한 전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을 제외하고1, 2급 업체가 소속된 나머지 2곳은 이날까지 표준 정비시간 산정을 끝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의 지정 서비스센터들은 공임료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는 "정비사업자단체로부터 표준 정비시간을 받아야 이를토대로 공임료를 산정해 전국의 현대·기아차 직영 정비업체에 게시할 수 있는데,아직 표준 정비시간을 받지 못했다"면서 "다음 주에나 공개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수입차업체 관계자도 "딜러별로 홈페이지에 공임료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표준 정비시간 산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도 두 달 정도 계도기간을 가진 뒤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비 공임료가 공개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준 정비시간과 실제 정비시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날 전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은 배기량별로 표준 정비시간을 공개했다. 수동미션오일 교환에 승용차 1천cc 이하는 0.5시간, 2천cc 이하는 0.6시간,2천cc 초과는 0.6시간 등으로 게시했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비시간은 배기량이 아니라 해당 차종이 사용한 부품과 차량의 구조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조회한 가격과 실제 현장에서 내는 가격이 달라 수리비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입차 업체와 국내 업체 간 실제 정비시간에 큰 편차가 있는 상황에서 평균값인 표준 정비시간에 따라 공임료를 공개하면 수입차에만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있다.
2천cc인 BMW 5시리즈의 앞범퍼 교체 정비 시간은 현장에서 2.3시간, 현대차의쏘나타는 0.9시간이 걸리지만 평균값으로 표준 정비시간이 산정되면 수입차는 실제보다 더 적게, 국산차는 더 많이 걸리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비사업자단체는 표준 정비시간은 제작사 모델별로 차이가 날 수 있고, 수입차와 차량의 노후 상태, 구조 등에 따라 가감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