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수정. 초청 과정에 대한 설명 및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 의미 보완. SK그룹측 반응 추가.>>삼성·현대차 이어 3대 그룹에 재벌개혁 설파"'조현아 사건'으로 총수자녀, 사회와 공감능력 상실 의구심"
SK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재벌개혁 논객'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초청해 재벌기업 시스템 개혁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최근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기업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강연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최고 경영기관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3일 월례회의를 가진 자리에 김상조 교수를 초청해 1시간30분간 재벌개혁 강연을 들었다. 이날회의는 9일 주력 계열사 대표를 대거 교체한 사장단 인사 이후 첫 모임으로 김창근의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5명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최태원 SK 회장이 수감중이고 사면론이 불거지고 있는 점 등을 의식해 이날 강연을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3개월 전 SK측의 강연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로써 삼성, 현대차[005380]와 함께 국내 3대 그룹에서 모두 사장단을 상대로 강연하는 기록을 갖게 됐다. 김 교수는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임원들에 이어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서 경제민주화 강연을 하면서 "사회와 소통하라"고 일갈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자신이 주창해온 경제민주화의 정의 및 전략과 함께 현재한국 경제가 부딪히고 있는 대내외 위협요인들을 설명한 뒤 현재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의 행태로 불거진 재벌기업의 사업 및 지배구조 위험 문제를 거론했다.
김 교수는 강연 내용을 설명하면서 "재벌 총수 자녀들의 경각심, 총수 일가의역할 재정립 문제와 함께 재벌시스템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조직운영상의 과제들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현아 사건'은 재벌가 3∼4세들이 사회와의 공감 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며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은 세상과 부딪히며 일해왔는데이들 재벌가 자녀는 온실 속 화초처럼 크면서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자신들의언행이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인식하는 능력조차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재벌기업 내에서 총수가 자신들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설정할지 문제를 거론하며 총수는 그룹 전체의 '코디네이터'로서 내부 업무 조정자이자 외부와의 대화 창구로서만 기능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총수가 모든 것을 보고받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 경영시스템은 현재 사회경제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라는 주장은 현실적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느냐는점을 얘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그룹의 총수 가신들과 핵심 임원들에 의한 조직 내부의 운영 폐해도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룹마다 특성이 있지만 국내 재벌기업이 가진 위험요소 중 하나가가신그룹에 의해 보고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고 결정사항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기업 자체는 10년 앞을 내다보는 경영을 한다지만 자신의 유불리와 개인적 이익을 생각하는 이들 총수 가신이나 실세 임원은 1∼2년의 단기적인 결정 밖에 내릴 수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정보 흐름이 왜곡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그룹이 갖고 있는사회적, 법률적 리스크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 집행되는 콘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수감중인 최태원 회장이나 해군 장교로 입대한 최 회장의 딸 민정 씨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어려워져 가는 상황에서 연말 모임을통해 앞으로의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던 만큼 CEO들이 질문을 하는등 높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성대 무역학과에 재직 중인 김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거쳐 2006년부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재벌개혁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입법운동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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