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운송 실적개선, 자동차는 중동시장 위축우려로 양면성플랜트는 직접 피해우려…정유업계 최악 상황 직면전문가 "경제요소 외에 정치적 요인 따른 유가흐름 주시해야"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져 60달러 저지선 붕괴를 눈앞에 두자 산업계가 업종별로 어떤 여파가 미칠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하다.
11일(현지시간)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59.95달러로 6년여 만에 심리적 저지선이던 6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국내 도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61.76달러로 60달러선 붕괴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에 따르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특성상 유가 하락은큰 틀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증권가 분석으로는 유가하락과 실적개선의 상관관계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업종별 득실계산이 복잡한 상황이다.
◇ 항공·해운업계 함박웃음…실적개선 기대 직접적으로 원유를 쓰는 항공업계는 유가 하락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항공유 가격 하락에 따라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실적이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모량이 약 3천200만 배럴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변동하면 유류비를 3천200만 달러 절감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항공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유류비 절감 효과 등에 힘입어 작년 같은 기간(1천601억원)보다 50.3% 증가한 2천407억원을 올렸다.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연료비 절감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항공사들의 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증권사들도 항공주의 실적 개선을 점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용 중에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5∼36% 정도이므로 유가가 하락하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원달러 환율 변율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해 다행인데 하락 추세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의 경우 유가가 떨어지면 연료비가 적게 들어 선박에 투자를 많이 하는경향이 있고, 원유가 쌀 때 미리 사놓으려는 수요도 몰릴 것으로 예상돼 유조선 발주는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예상된다.
◇ 자동차업계, 소비 확산 기대…산유국 시장 줄어들까 걱정 자동차업계는 최근의 급격한 유가 하락이 전반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류비 감소에 따라 마진율이 높은 중대형 차급의 수요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월 자동차 판매가 유가 하락세를 타고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트럭의 구매에는 유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반면 친환경차 수요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쳐 시장이 다소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유가 급락으로 경제적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러시아, 중동 등 산유국은경기가 둔화돼 이 지역 자동차 수출은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의 명암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하락세에장단을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글로벌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유업계 직접 타격…전자업계는 관망 정유사들은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평가 손실이 직접적으로 영업수지에 타격을 준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3분기 9천711억원의 대규모 적자로 영업이익률 -1.1%를 기록중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정유업계의 연간 적자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전망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실적악화에 따라 사업 및 조직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 예산삭감 등의 개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체마다 10∼20%의 조직 축소를 단행했고 예산도 20∼30% 삭감했다.
조선업계도 유가 낙폭이 과다하면 해저에서 채굴하는 원유의 채산성을 못맞추기때문에 관련 투자가 줄기 때문에 해양플랜트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별로 유전의 채산성 기준이 되는 손익분기점이 달라 대형 유전은 크게 영향이 없을 수 있으나 중소형 유전은 개점휴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선업계의 관측이다.
전자업계는 운송비, 공장 유지비 등이 절감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없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 IT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 판매 증대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계에전체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는 건 맞다"면서 "하지만 유가하락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강 위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불발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북미산 셰일오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며 "유가 흐름이 경제적인 논리가 아닌 정치적, 국제역학 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는 만큼산업계가 안테나를 세우고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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