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제로 보직 사퇴…사과 없어 아쉬워"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쫓았던 조현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이 결국 대한항공의모든 보직에서 물러나는 신세가 됐다.
'대한항공을 타지 말자'는 주장이 이는 등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9일 외국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조 부사장의 퇴진을결정한 것이다.
조 부사장은 전날 '땅콩 리턴'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는커녕 회사가 대신사과하도록 했다.
전날 밤 대한항공은 뒤늦게 낸 입장자료에서 조 부사장의 행동이 지나쳤다면서사과했지만 잘못을 승무원에게 돌리는 해명으로 화를 키웠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여기가 북조선이냐"라고 꼬집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냈지만 반성은 없이 승무원에게만 책임을 넘기는 갑(甲)질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이날 조 부사장 사건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는등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조양호 회장은 어쩔 수 없이 큰딸이 퇴진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업무에서 손을 떼지만 부사장 직함과등기이사 자리는 유지하기로 했다. 그는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등의 대표이사도 계속 맡는다.
이에 대해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 대한항공 직원은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기로 한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임시방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보직만 내려놨다는 건 (업무) 복귀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의 질타에 업무에서 물러나지만 시간이 지나 이번 일이 잊혀지면 다시 업무를 맡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언젠가 복귀할 거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도 국민이 원하는 대로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자기가 맡은 부분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과 고객에게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면서 "빨리 회사가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기대했다.
kimy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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