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개발 중심축, 삼성동으로 옮겨질 수도"
한국전력공사가 17일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의 매각 방안을 확정하면서 그 추이에 여러모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매각의 향배에 따라 도심의 모습이 크게바뀔 공산이 큰 데다 거대 공기업의 부채 감축 성패와도 맞물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매각 절차는 이미 윤곽을 드러냈다. 일반 경쟁입찰 방식에 따라 우선 입찰 공고가 나온다. 이때 부지 감정평가 결과도 명시될 예정이다.
한전은 최대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입찰 자격제한을 두지 않았다. 개인과 법인, 공동입찰 등 어떤 형태로도 참가할 수 있다.
입찰 참가자가 모두 신청하면 매각 대상자 선정 절차로 넘어간다. 가장 높은 금액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하는 입찰자가 부지의 새 주인이 된다.
시선을 모으는 것은 가격이다. 비슷한 매물을 찾기 어려운 금싸라기 땅으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유력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어서 매각액은 공시지가를 훌쩍 넘어서고도 남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부지의 작년 말 공시지가는 1조4천837억원, 장부가액은 2조73억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매매가를 3조∼4조원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공시지가의 3∼4배까지 보는 견해도 있다. 6조원에 가깝게 가격이 치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격 예상 범위가 넓은 것은 여러 변수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높게 보는 시각은 강남 핵심 지역으로서 인근의 코엑스나 대형 호텔 등이 이미 자리잡은 곳이고 지하철 2호선뿐 아니라 9호선까지 들어올 예정이어서 부동산 가치가 매우 높다는 데 주목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역삼동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강남권 오피스타운이 삼성역 주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코엑스와 연계해 개발하면 굉장히 큰유동인구를 확보하면서 '삼성동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지나치게 높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좌초된 적이 있어서 인수 의향자들이 무리한 가격을 써내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이 도심 개발의 무게추를 서울 삼성동 쪽으로 끌어오고 주변 단독주택지역의 재건축 움직임을 자극하는 등 도심에 큰 변모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에는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번 부지 매각은 부채 중점관리 대상 공공기관인 한전의 부채감축 계획의 성패와도 결부된다. 한전은 작년부터 2017년까지 14조7천억원의 부채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 놨다.
올해부터 따지면 10조9천억원을 줄여야 하는데, 이 중 25%인 2조7천200억원을연내에 감축한다는 게 한전의 세부 계획이다.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3조∼4조원대의 부지 예상가격에 비춰 보면 연내 매각이이뤄질 경우 올해 부채 감축 목표를 넉넉히 채우고도 남는다.
다만 이 목표는 연내에 한전 부지 매각을 모두 마친다는 점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어서 부채 감축 목표가 탄력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재 빚이 많은 다른 공공기관들은 매각 대상 자산의 가액이 높지 않고, 이자를갚는 데 많은 돈을 쓰고 있어 부채 감축 계획이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한전은 알짜 부지 매각이라는 '빅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매각 추이에 따라 부채 감축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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