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실질적 타결 목표…시장개방 품목·수위 협상 탄력
한중 정상이 3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 의지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양국 교역의 빗장이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2012년 5월 협상을 시작한 지 2년 2개월 만에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차이를 줄여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중국은 제조업, 한국은 농수산물의 시장 개방 문제를 종전보다 탄력적인 자세로논의한다는데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협상에 탄력이 붙겠지만 세부 개방 품목과 개방 수위를 놓고 막판까지 양측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그러나 농어민의 반발, 연말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연내 타결이 어려울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핵심 쟁점 한발씩 양보해 연내 타결 모색 양국은 올해 5월까지 11차례 공식 협상을 했다. 2013년 9월 7차 협상에서 전체1만2천여개 품목 가운데 90%, 수입액 기준 85%의 자유화(관세 철폐)에 합의하며 1단계 협상을 끝냈다.
이후 2단계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양허(시장 개방)안과 상대방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 사항을 담은 양허 요구안을 교환하고 본격적인 협상을 했다.
상품 분야에서 한국은 자동차·석유화학·기계·정보통신(IT)·화장품·가전·의료기기 등 수출 주력 품목에 대해 중국의 조기 관세 철폐를 요구했다. 중국은 한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농수산물 시장의 조기 개방 카드로 맞섰다.
공정거래 등 경쟁 관련 규범, 전자상거래, 통관절차 등 몇 개 분야에서는 협상이 진전됐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내 타결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서로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FTA의 속성상 '이익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7월 중에 열리는 12차 협상부터 양측의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협상 타결을 앞당기려면 우리는 제조업 쪽에서 더 얻고 농축수산업 쪽에서 좀 더 양보해야 한다는 공식이 생긴다"며 "우리가쌀 시장개방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한국에 쌀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국이 이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적 실리보다는 정치적 이익에 무게를 두고 FTA 협상에서 한국에 더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분석도 내놨다.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시장 문턱을 조기에 낮추면서 주요 농수산물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관세 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봉걸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 부문은 그동안 여러 FTA로 내성과 노하우가 생겼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타결을 추진할 경우 부정적 여론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6개월 안에 분야별 이견을 모두 조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中 내수시장 진출 확대 기대…농수산업 피해 우려 한중 FTA가 타결되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에 진출할 길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이 우리나라의 FTA 영토가 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무역, 투자, 서비스 등 경제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서로에게 미치는 사회·문화적인 영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6.1%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대중 수출액은 0.1%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부진한 모습이다. 가공무역 위주의 수출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FTA가 중국 내수시장 공략의 디딤돌로 떠오른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에서 소비재 비중은 5.3%에 불과하다.
미국(33.5), 일본(15.3%)에 대한 수출액의 소비재 비중과 비교하면 매우 작다. 그만큼 수출이 유망하고 한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중국의 수입 관세율이 평균 9.7%로 미국(3.5%), EU(5.6%)보다 높다며 중국과 FTA를 맺으면 관세 인하 또는 철폐 효과로 수출을 늘릴 수 있고 일본등 경쟁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관절차, 제품·서비스 인증, 인·허가 등 비관세 장벽도 낮출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발효 5년 후에 0.95∼1.25%, 10년 후에 2.28∼3.04%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코트라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를 예상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투자액은 902억 달러로 이중 한국에 대한 투자는 4억8천만 달러로 0.53%에 불과했다. FTA로 부품·소재, 의료·바이오, 문화·콘텐츠, 패션·화장품, 식품 분야에서 한국의기술력과 한류 효과를 활용하는 전략적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수산업과 영세 중소기업은 시장 개방 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중 FTA 중단 비상대책위원회'는 15년간 농업 분야에서 한미 FTA의 2∼5배 정도인 29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취약 업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원 대책을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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