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10년전 후계자 공표한 선대회장과 대비'구획정리' 끝낸 듯…경영상 이유로 비공개
이재용(46)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삼성의 후계자라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승계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적은 한번도 없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닷새째 입원 중인 이건희(72) 회장의 의식 회복이 늦어지면서 갖가지 불확실성으로 인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중에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것도 있다.
이는 후계자를 내정하고도 공식화하지 않는 오너가(家)와 그룹 수뇌부의 정책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은 타계하기 10년 전인 1977년 삼남인 이 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병철 회장은 그보다 6년 전인 1971년 고문변호사의 공증까지 받아 붓글씨로다섯 장의 화선지에 '당부'라고 유언을 직접 썼다. 거기에는 자신의 사후(死後) 삼성의 후계자와 개인 재산의 분배, 자녀들에 대한 당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은 1979년 부회장에 선임돼 서울 태평로에 있던 삼성 본관 28층 회장실 옆방에서 8년 동안 미래 총수의 수업을 받았다.
아들에게 경영 노하우뿐 아니라 총수의 권위까지 물려주고자 애를 썼던 것이다.
작고하기 1년 전에는 오랜 친구인 신현확 전 국무총리를 삼성물산[000830] 회장으로 영입해 다른 그룹 원로들과 함께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게 돕도록 신신당부를 했다.
이는 승계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는 지금의 삼성과 비교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선대 회장 시절에는 장남(이맹희)과 차남(이창희)이 경영권승계에서 배제돼 경영권 분쟁 위험이 컸던 상황"이라며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다"고말한다.
실제로 이병철 회장의 노력에도 결국 이건희 회장은 결국 최근 친형인 이맹희(83)씨와 뒤늦은 상속 소송을 벌여야 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 슬하에는 외아들(이재용 부회장)에 두 딸(이부진·이서현 사장)뿐이어서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외 경쟁력이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승계 문제를 거론해 '삼성'과동격인 '이건희'라는 브랜드의 힘을 약화시킬 이유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회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경쟁은 거세졌으며, 격변하는 시장은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회장 취임 후 27년 동안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40배,자산은 50배 이상 늘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이 회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치밀한 준비로 정평이 난 삼성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준비 역시 소홀히 했을 리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 회장은 1999년 폐 림프암으로 수술은 받았으며 잦은 기관지 질환으로건강 악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후계자 지명은 18년 전인 1996년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이부회장에게 배분할 때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2001년 상무보,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를 거치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어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 승진과함께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안팎에서 명실상부한 삼성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재계에서는 내부적으로 경영 승계에 대한 합의와 상속을 위한 구획 정리가 이미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영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