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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공개…"몸통은 빠져나가고 깃털만 남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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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2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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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이건희, 이재용 부자 등기이사 사퇴 관련 내용 수정 및 늑장 공시에 대한 대기업 입장 등 추가.>>오너 일가 등기이사 사퇴…감시 효과 '유명무실화'

    연간 보수가 5억원을 웃도는 등기임원의 연봉이 31일 처음 공개됐다.

    기업 조직의 정점에 올라선 최고위층 임원들과 실질적 소유주인 오너 일가가 연봉을 얼마씩 받는지에 관한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셈이다.

    그러나 상자에는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업들은 자사임원들에게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마지막날에 '몰아치기' 공개에 나섰고, 그나마도 내년부터는 다시 오너들의 연봉을 감출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 LG[003550], SK, 현대차그룹 등대다수 대기업이 이날을 연봉 공개 '디(D)데이'로 잡았다.

    14일 116개사, 21일 662개사, 28일 497개사가 한날한시에 주주총회를 열어 2개사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원천 봉쇄했던 것과 비슷한양상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늑장 공시 논란에 대해 "사업보고서 공시 자체가 방대한 일이라 예년에도 늘 시간에 쫓기다 당일 오후에 해왔다. 보수 공개가 포함됐다고 다른고려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오너 일가가 줄줄이 등기이사에서 빠져나가 이들의 전횡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보수 공개 제도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SK그룹 4개 계열사(SK이노베이션, SK, SK C&C, SK하이닉스)에서 301억원을 수령해 전체 기업인 가운데 가장 연봉을 많이 받은 '연봉킹'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월말 실형이 확정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작년 1월부터 법정 구속됐던 최 회장은사실상 경영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채 고액 연봉을 받았고, 내년부터는 그가 얼마를가져갔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이사직을 내려놨다.

    지난해 한화[000880]와 한화케미칼[009830]에서 100억원대 보수를 받은 김승연한화그룹 회장도 올해 등기이사에서 빠졌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제철[004020]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8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특검을 받은 뒤 삼성전자등기이사직을 사퇴했고,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아예 등기이사로 선임된 적이 없다.

    이들은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지만 비등기임원으로 남아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오너가) 이사를 사퇴해 버리면 그만"이라면서 "돈 없는사람은 사퇴 못 하고 돈 많은 사람만 사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는 시가총액 7억 달러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최고경영자(CEO), 재무책임자(CFO), 최고액 연봉자 3명 등 임원 5명의 보수 현황이 등기, 비등기 구분없이공개된다.

    일본은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연 보수총액이 1억 엔 이상이면 임원의 기본급,스톡옵션, 보너스, 퇴직보상 등을 개인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등기 여부가 아니라 급여를 기준으로 상위 5위권 경영자의 연봉을 공개해야 미등기임원도 공개 명단에 포함되고 기업들도 경영 성과를내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등기임원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어느 선까지 늘려야 하는지 정하기 쉽지 않다"며 "이번 발표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보완할 사항이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보수와 함께 경영 성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비(非)오너 경영자를 감시하는 수단으로서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가 경영자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연봉 공개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경영 성과도 함께 공개하도록 한다.

    실적에 따라 연봉을 조정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 연봉 공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최고위층의 연봉 실태를 접한 직장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견 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6)씨는 "노동자들은 연봉 7천만원만 받아도 '귀족노조'라고 손가락질하는 사회에서 재벌들은 일당으로 7천만원도 넘게 챙겨가는 현실이 기운 빠지게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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