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의 해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나 채권단 자율협약, 매각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제갈 길을 걷게 되면서 '그룹'의 울타리가 사실상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TX팬오션[028670]은 2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 대해 인가 결정을 받았다. 여기엔 사명을 '팬오션'으로 바꾸는 내용도포함됐다.
STX팬오션은 내년 1월 1일부터 변경된 사명을 쓸 계획이다. 2004년 범양상선이STX그룹에 인수되면서 STX팬오션으로 간판을 바꾼 지 10년 만이다.
또 새 회생계획안에 따라 STX팬오션은 이달 29일 1차 감자, 다음 달 13일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전환, 다음 달 27일 2차 감자를 잇따라 실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STX[011810], STX조선해양[067250], STX엔진[077970], 강덕수 회장 등 관계회사와 임원의 주식은 10 대 1 비율로 감자를 하게 된다.
이를 거치면 STX팬오션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약 13%)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STX그룹의 지주회사였던 ㈜STX와 STX마린서비스의 지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다.
STX조선해양도 22일 최대주주가 ㈜STX 등에서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그 결과 산업은행 등의 지분은 25.51%가 된 반면 ㈜STX 등의 지분은 채 1%에도못 미치게 됐다.
STX그룹의 양대 주력 계열사였던 조선해양과 팬오션의 주인이 채권단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여기에 더해 서울 남산 STX그룹 본사에 있던 서울사무소도 대폭축소해 진해조선소로 옮기기로 했다. 일부 기능만 남겨놓기로 해 사실상 서울사무소를 폐쇄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사무소 인력은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지 않는 한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덕수 회장의 입지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채권단의 압박으로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071970]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STX 대표이사와 STX엔진 이사회의장직을 맡은 정도다.
사실상 '그룹 회장'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이 두 회사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주로 거래하며 영업해오던 회사들이다.
이런 와중에 ㈜STX는 사업구조를 ▲ 에너지 사업(석탄·석유) ▲ 원자재 수출입(철강·비철) ▲ 기계엔진(기계플랜트·엔진 영업) ▲ 해운물류 서비스(물류/판매·구매) 등 4대 축 중심으로 재편해 전문상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외부거래 비중을 65%에서 2017년까지 9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강덕수 회장이 재기를 노린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의 경영권 상실로 '차포'(車包)를 잃게 된 강회장이 ㈜STX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STX는 소규모 비상장사인 STX마린서비스(선원·선박 관리), STX리조트(문경리조트 운영)도 거느리고 있다.
㈜STX는 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의 전제조건인 27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있다. 채권 만기 연장, 이율 조정 등에 대해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자율협약으로 채권단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 밖에 STX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STX, STX중공업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출자받았고,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 STX중공업은 산업은행, 농협은행등을 상대로 출자전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또 STX엔진도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이며, 일본 오릭스에 매각됐던 STX에너지는 몇 달 만에 다시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STX 홍보실 관계자는 "예전엔 ㈜STX가 계열사들의 홍보까지 담당했는데 이제는 그런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며 "직원들도 더 이상 한 그룹이란 소속감을갖지 못해 물리적·화학적으로 그룹 해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