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동양그룹의 운명이현재 동양의 한 사업부로 과거 사업확장 과정에서 무너진 한일합섬(현 ㈜동양 섬유사업부)의 흥망성쇠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일합섬이 섬유로 시작해 2세 경영자의 무리한 사업확장 과정에서 본업을 벗어난 금융, 레저 등 업종 확장을 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현재 동양그룹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합섬은 지난 1964년 설립 이후 1970년대 섬유호황을 타고 승승장구, 90년대한때 1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재계 자산순위 27위를 기록했던 한일그룹의 모회사였다.
그러나 무리한 몸집 불리기로 외환위기 와중에 해체된 한일그룹의 모습은 설탕도매업으로 시작해 시멘트, 가전, 금융업까지 진출, 한때 재계 순위 10위권에 올랐다 위기에 몰린 현재 동양그룹과 유사한 면이 있다.
1973년 단일기업 최초로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며 한때 국내 섬유원사 시장의4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던 한일합섬은 1982년 김중원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으로 성장했다.
1986년에는 국제상사를 인수한데 이어 1989년까지 남주개발, 원효개발, 연합물산, 진해화학, 동방호산개발, 부국증권 등을 흡수해 사세를 키워갔다.
그러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으며 1998년 건설 및 유통부문 계열사의부도가 시작됐고 결국 2000년 2월 한일합섬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섬유공장 대부분을 중국·인도네시아로 옮기고 마산 양덕공장은 아파트부지로 넘겨지는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법정관리 8년만인 2007년 1월 한일합섬은 의류수출업, 의류 브랜드 판매사업,레저, 건설 부문만 남긴 채 패션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동양그룹에 인수됐다.
동양그룹은 당시 부채비율이 325%에 달하는 동양메이저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한 자금 등 3천700억원으로 한일합섬을 인수, 최근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일으킨 단초가 됐다.
동양그룹은 작년말 자금난에 몰리자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실적부진이 이어지던 한일합섬을 800억원에 매물로 내놓았으나 결국 매각은 성사되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합섬이 당시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의전략 부재가 몰락의 주요인이었던 것처럼 동양그룹도 기업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 지금 어려움을 겪는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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