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대한해운, 완전 자본잠식에 매각 '난항'유력 건설·해운기업 일제히 '어닝쇼크'…회사채 위협도
장기 침체의 터널에 빠진 건설과 해운업계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2년 연속 적자에 신음하는 가운데 아예 자본잠식으로 매각에난항을 겪거나 상장폐지를 걱정하는 회사들도 많다.
올해 안으로 갚아야 할 채권까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정부 차원의 구제 대책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백약이 무효'다.
◇자본잠식에 증시퇴출 걱정할 판…매각도 '지지부진' = 17일 건설·해운업계에따르면 최근 2012년도 결산실적을 공개한 주요 기업들의 성적표는 예상 이상으로 참담하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성장한 쌍용건설[012650]과 국내 2위 벌크 선사인 대한해운[005880]의 전액 자본잠식 소식은 투자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쌍용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천114억원으로 전년도 1천570억원의 두 배가넘었다.
2년 연속 적자로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쌍용건설은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오는 4월1일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대한해운은 지난해 2천6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2011년에 이어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써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한해운은 남은 한 달 반 동안 재매각에 성공하거나 외부 자본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마찬가지로 증시 퇴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영 위기가 심각해진 탓에 이들 기업의 인수합병(M&A) 작업에도 제동이 걸린상태다.
대한해운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한앤컴퍼니는 보증채무 규모와 해소 방안에 대한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 14일 인수를 포기했고, 2007년 시작된 쌍용건설 매각 작업도 최근 실적 부진의 여파로 사실상 중단될 위기다.
이밖에 한일건설[006440]은 지난해 2천9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자본금 전액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결국 이 회사는 15일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범양건영[002410], 남광토건[001260], 벽산건설[002530] 등 3개사는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여서 연말 기준으로도 해소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줄줄이 어닝쇼크…'아 옛날이여' = 자본잠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 업계의상당수 기업이 '어닝쇼크'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에서는 주택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적자를 낸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쌍용건설과 한일건설 외에도 삼호[001880], 삼부토건[001470], 금호산업[002990]등이 20011년에 이어 작년에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034300]과 KCC건설[021320]의 순이익은 각각 63.8%, 79.8% 급감했고계룡건설[013580] 순이익도 전년 대비 52.8% 줄어들었다.
그나마 상위권 대형 건설사들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으로 외형적으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올렸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현대건설[000720], 삼성물산[000830], 대우건설[047040], GS건설[006360], 대림산업[000210], 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028050]등 7개 주요 건설기업의 지난해(추정치)와 재작년 합산 실적을 비교한 결과 매출은재작년보다 15.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98%, 순이익은 7.57% 각각 감소했다.
해운업계 쌍두마차인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011200]도 예외는 아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매출 10조5천894억원으로 우리 국적 선사로는 처음으로 매출1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년 내리 적자를 면치 못했다.
벌크 시황 악화와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의 '이중고'를 겪은 현대상선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폭이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3위 기업 STX팬오션[028670]도 지난해까지 2년 연속적자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STX팬오션의 매각 주관사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에 투자설명서(IM)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기 회사채 '잠재 위협'…정부 지원책도 속속 = 이들 업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많아 잠재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H농협증권[016420]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회사채는 모두 44조원규모로 이 중 건설업이 4조4천억원(24.4%), 해운업이 1조9천억원(10.9%)을 각각 차지한다.
건설사별로 보면 대우건설 8천460억원, 롯데건설 6천300억원, 한화건설 4천600억원, 현대산업개발 4천500억원, 두산건설[011160] 7천50억원, 동부건설[005960] 2천800억원 등의 규모로 추정된다.
건설사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도 적지 않아 자금압박이 더욱 크다.
금융업계 추산 결과 올해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대비 회사채와 PF관련 대출 등을 합친 총 유동성 부담액은 한화건설 1조4천억원, 한라건설[014790] 1조5천억원,두산건설 2조4천억원, 코오롱[002020] 8천100억원, 동부 7천100억원, 계룡건설 4천500억원 등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빅3'에 만기 회사채가 대부분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기업은 1∼2월 만기가 된 회사채를 대부분 상환하거나 연장해 상당부분 부담을 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기업별로 그룹이나 대주주의 신용도가 우수한지 여부에 따라 상환 부담이 차별화할 것"이라며 "회사채 상환 부담이 큰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설·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국토해양부는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PF 사업을 정상화하고자 대한주택보증과 함께 '보증부 PF 적격대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금융기관과 협의 중이다.
보증부 PF 적격대출이란 대한주택보증이 PF대출 보증을 선 건설 사업장에 한해금융기관이 시공사 신용등급이나 사업성 등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를 가리킨다.
또 건설업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최저가 낙찰제 개선을 위해종합평가 낙찰방식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4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해운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해서는 해운 보증기금을 설립하는 방안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선박금융공사를 세우는 방안 등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공기업들인 5개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최근 국적 선사들과 15만t급 벌크선 9척에대한 18년간 용선계약을 체결한 것도 장기적인 해운경기 부양에 상당한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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