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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선배 영장, 차관은 게이트 연루…혼돈의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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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참' 유일호 부총리 국무회의까지 주재…후임 임명 기약없어'엘리트 경제관료' 자부심에 상처

경제정책 총괄부처로 엘리트 공무원의 상징이던 기획재정부가 요즘 흔들리고 있다.

내년 예산안 처리 및 경제정책방향 수립이 코앞으로 다가와 한창 바쁠 시기이지만 장관의 거취가 불투명한데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기재부 선배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눈에 띄게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 이 어려운 시기에 조직과 직원들을 다독여야 할 최상목 1차관은 지난해 청와대 근무 시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재벌 관계자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나타나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현재의 국정 공백 상황을 여실히드러냈다.

이날 국무회의는 이례적으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했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을 검토했으나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간 수사 발표로 '피의자 논란'이 커지면서 불참을 결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정상적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박 대통령을 대신해 페루에서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APEC) 정상회의에 참석, 해외 체류 중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최순실 사태로 인한 파문을 안정화하고 국정 공백을 막기위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에 김병준 교수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각각 내정했다.

그러나 야당 반발에 부딪혀 총리 및 부총리 내정자 임명은 불투명해졌다.

그러다보니 교체가 기정사실이 된 유 부총리가 20여일 가량 부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국무회의까지 주재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후임 부총리 임명이 지연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기재부의수장'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유 부총리는 물러나는 날까지 흔들림 없이 국정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어정쩡한 입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는 연말이 기재부 입장에서는 1년 농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나라살림살이인 예산안 처리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헌법상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사상 최초로 400조를 돌파한 내년 예산안 심의는 이른바 '최순실 예산' 파문에휘말리면서 한 차례 감액 소동을 벌였다.

최근 상임위별 예비 심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예결위 소위가 가동됐지만 정국 혼란에 묻혀 제대론 된 예산 심의가 이뤄지는지 검증되지 않고 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도 안갯속이다.

기재부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의 기본 틀을 협의해야 할 청와대는 사실상 업무수행 기능이 마비됐고 경제정책 방향 수립 과정에서 필요한 부처 간 정책 조율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책 입안과 추진을 책임진 기재부 공무원들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기재부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다른 부처 장·차관을 대거 배출하면서 경제 총괄부처로서의 자부심을 다져왔다.

특히 기재부 출신인 임 금융위원장이 부총리에 내정되자 기재부 공무원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임 내정자의 업무수행 능력에 기대감을 품었다. 그러나 이마저 야당 반대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워 다시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조원동 전 경제수석 등 엘리트 경제관료 선배들의 추락 소식은 '자부심'하나로 버텨온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역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지시에 따르기는 했지만 미르재단 설립 실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나타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 차관은 기소된 것은 아니지만 법원 공소장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대외적으로 이번 게이트에 연루된 것처럼 돼 있어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실무회의를 주재했을 뿐"이라며 연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출세코스나 엘리트 관료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청와대 근무가 오히려 발목을 잡으면서 앞으로 청와대 파견을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무원들 사이에서흘러나올 정도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정책 등의 준비상황을 묻는 말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정작 답변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기재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공직자로서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가장 답답하다"면서 "하루빨리 혼란이 해결돼 정상화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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