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협회의 27개 회원사 중 22곳 탈퇴…사실상 해체금융노조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금융 노사의 대결이 격해지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노조의 임단협 파트너인 금융사용자협의회를 사실상 해체하며 '각개 격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선언했고, 노조는 이에 총파업으로 맞선다는 각오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26일 제5차 대표자협의회를 통해 27개 회원사 중 22개사가 탈퇴를 의결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192530] 등 14개 시중·지방은행을포함해 금융결제원, 한국자금중개 등 대부분의 회원사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27개 회원사 중 22개 회원사가 참석했다. 참석하지 않은 5개 회원사도 조만간 탈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참석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산별교섭을 통해서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시급한현안 해결에 한계가 있어 부득이 개별 교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이를 위해 회원사들은 자율적으로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성과연봉제를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저성장과 예대마진 축소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고임금 저효율의 임금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2005년 2.82%에서작년 말 역대 최저 수준인 1.60%까지 떨어졌다.
반면 총이익 대비 임금비중은 같은 기간 6.3%에서 10.6%로 상승했다. 은행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협의회의 임단협 파트너인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하게 맞서고 있어 성과연봉제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명분으로 내달 23일 총파업을 단행할 예정이다. 게다가 올해 연말 금융노조와 내년 초에는 한국노총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산별교섭을 통해 연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사측이 판단한 이유다.
이에 따라 산별교섭보다는 사업장별로 개별 교섭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관철하는 게 전략적으로 낫다고 사측은 본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등 사측의 요구안에 대한 철회만을 주장하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현 상태에서는 성과연봉제 등 시급한 현안들이 연말까지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을 우려해 탈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별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노조 측은 절대 개별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특히 사용자협의회가 금융노조와 산별 협상을 하면서 개별 성과연봉제와 함께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을 함께 요구하자 이런 우려는 증폭됐다.
도입 준비기간이 짧아 제대로된 성과 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노조는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면 직원 간 판매 경쟁이 붙어 대출의질이 떨어지고,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고자 금융노조는 파업을 통해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계산이다.
금융노조는 은행권의 사용자협의회 탈퇴와 관련, "조합원의 95.7%가 성과연봉제를 거부하며 총파업 돌입을 결의했는데도 정부와 은행권은 불법, 탈법적인 강제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노조는 "어떤 탄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9·23 전면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으로 돌파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내달 23일 예정된 총파업을 비롯해 필요하다면 2, 3차 파업을 통해반드시 성과연봉제 도입을 분쇄한다는 입장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10만 금융노동자의 이름으로 즉각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승리하는순간까지 어떤 포기도 없이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buff27@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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