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지역특화산업 육성…일각에선 '포퓰리즘' 우려 목소리
14개 시도 지역별로 전략산업을 선정해 덩어리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규제프리존'은 정부가 15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다.
사물인터넷(IoT),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유전자의학 등의 지역별 전략산업을키우는 데 방해가 되는 입지·업종 규제는 아무리 민감한 것이라도 규제프리존에선적용되지 않게 된다.
재정 지원에만 의존하는 데다가 차별성마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역 산업정책을 확 뜯어고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도입한 각종 특구, 첨단단지, 투자지역과 마찬가지로유사·중복분야가 많고, 기업의 실제 투자로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나온다.
내년 4월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규제프리존'이 정치권에 휘둘려 지역규제가 무분별하게 완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건폐율 등 토지이용 규제 대폭 완화 지역 전략산업은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상의해 제안한 것을 중앙정부가 심사해 결정했다.
전국 단위의 규제 개혁이 어려움을 겪자 지역 단위로 규제를 풀어 난국을 돌파한 일본의 '국가전략특구'를 참고로 했다.
부산광역시의 전략산업은 해양관광과 IoT 융합 도시기반 서비스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에서만 마리나선박 대여업이 허용되는 선박 기준 규제가 5t급에서 2t급으로 완화되고 IoT 관련 주파수 기술이 시범 적용된다.
대구광역시에 한정해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내도로 운행이 점진적으로 허용된다.
대구가 자율주행자동차와 IoT 웰니스산업 특화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스마트그리드와 드론을, 대전광역시는 IoT 서비스용 첨단센서와 유전자의학 산업을 키우기로 했다.
울산광역시에선 수소자동차와 3D프린팅 관련 규제가 풀린다.
정부는 전략산업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재정·세제·금융지원도 집중하기로 했다.
지역 전략산업과 관련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건폐율 특례 등 토지이용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각 지자체가 내년 1분기까지 전략산업 육성계획을 제출하면, 정부는 완화해야할 핵심 규제와 정부지원 방안을 마련하고서 내년 6월에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을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풀어야 할 규제를 추가 발굴해 정부에 제출할 수 있다.
◇ "비효율·정경유착 우려도"…정부 "기업들 필요에 따른 규제특례 발굴" 그동안 지역경제에 대한 정부 지원은 특구·기업도시·혁신도시 등으로 쪼개져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러 지역이 중복적으로 같은 사업을 키우겠다고 나서 차별성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대구·경북의 경우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산업단지, 첨단복합단지, 연구개발특구가 한꺼번에 들어서 있다.
지역별로 특화된 규제 개혁은 전면적 규제 완화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줄이면서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을 키울 방안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가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각 지역에 2개씩 나눠주기 식으로 전략산업을 선정했다는 비판도 만만치않다.
유사·중복사업 선정을 최대한 지양했다고는 하지만 수소연료차,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 산업과 IoT 관련 산업, 에너지산업에 지역들의 '선호도'가 집중됐다.
지역들이 미래 먹을거리로 키우는 전략산업을 결정하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규제프리존'이 처음 제안된 것은 지난 10월7일이다.
이후 정부는 11월 2일에 지자체 대상 설명회를 열고 11월 30일까지 전략사업을신청받았다.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셈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규제 개혁의 원래 의도는 정부 개입을 줄이는 것"이라며"정부가 전략산업을 조정하고 조세·재정을 활용한 지원 패키지를 만드는 등의 정책을 펴는 데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규제프리존'이 포퓰리즘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있다.
백 교수는 "규제프리존의 의도는 좋지만, 각종 비효율과 정경 유착 등의 부패발생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기업들이요구하는 규제 완화와 전략산업을 발굴할 예정"이라며 "특정 지역에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해주는 식으로 접근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 일본은 1∼2차 특구 9곳 지정해 규제 완화 일본은 우리나라에 앞서 '규제프리존'을 도입했다.
한국은 중앙정부가 지역 의견을 반영해 전략산업을 선정한 '상향식'이고, 일본은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선정한 '하향식'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본은 도쿄권, 간사이권 등 6개 지역을 국가전략특구(규제프리존)로 지정해 의료·노동 등 지역단위 규제 특례를 허용하고 있다. 올해는 2차 특구로 3곳을 지정했다.
여기에 더해 개별 기업단위까지 특례를 적용하는 '기업실증특례제'도 운영한다.
도쿄권은 '국제비즈니스' 특구가 돼 도시재개발과 의료사업을 위한 규제를 완화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상하이, 싱가포르에 뒤처진 입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용적률·용도변경 등 토지 이용 규제를 개선해 3건의 초대형 도시정비 사업이추진됐다.
간사이권은 '국제의료 이노베이션 특구'로, 이 지역의 오사카대 부속병원, 교토대 부속병원 등은 일본 내에서 승인받지 못한 첨단 의약품을 사용한 치료나 로봇수술 등 혼합 진료를 추진하고 있다.
효고현 야부시는 농업개혁 특구가 되면서 오릭스그룹의 투자를 받았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정치적 배려로 지역마다 특구를 한두개씩 갖고 있는 것은 곤란하다"며 "깊이 있는 규제 발굴 작업이 뒤따라야 '좁쌀식'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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