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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내려도 약발 없고 부작용만…진퇴양난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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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하 제약요인 곳곳에…경기 부진으로 인상도 어려워현 수준 유지하다가 장기적으론 인상 쪽으로 가닥 잡을 듯

"한국은 지금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고 한국은행은 최대한 빨리 기준금리를 0%로 낮춰야 한다."(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기준금리를) 0%까지 낮춰야 된다고 하는 주장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로금리까지 갔을 때의 부정적 영향을 간과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이주열 한국은행총재) 한국은행의 1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 12일 손 교수와 이 총재가 한은의기준금리 정책을 놓고 장외에서 공방을 벌였다.

손 교수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한국의 기준금리가 '제로(0) 금리'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러자 통화신용정책을 이끄는 수장인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 교수의 주장에 대해 '과도한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손 교수와 이 총재 간 공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기로에 선 한국은행 기준금리 정책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어디로 가고 부작용만…" 한은은 경기 부진에 대응하고자 작년 8월부터 올 6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내렸다.

올 6월엔 기승을 부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경제타격이 우려되자신중한 모습을 보여온 한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하강에 대응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가 됐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경제지표를 보면 국내경기는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였던 메르스의 타격을 간신히 극복한 수준일 뿐 경기 회복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1.2% 늘었지만 정부 소비확대정책의 일시적 효과일 뿐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내수가 본격 회복됐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기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소비가 다시 급감하는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분기 성장률은 작년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개 분기 동안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 경제의 최대 버팀목이던 수출은 올 들어 매월 감소세를 이어가 지난달에는작년 동기대비 15.8%가 줄면서 6년 만에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기준금리를 내린 뒤 경기부양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한은 측 설명을 고려하더라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사실상 실종된 것이다.

이런 경기상황만 놓고 보면 앞으로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포함하는 경기부양 정책이 계속 나와야 한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통해 경기 후퇴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않고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기대했던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은 심각하게 드러나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가계 빚의 폭증세다.

지난 6월 말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거나 상품을 외상으로 구입한 자금을 합산한 가계신용은 1천130조5천억원에 달했다. 1년 새 약 100조원이나 급증한 셈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10월 말 624조8천억원으로 한 달 새 9조원이 늘어 월중증가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익을 내지 못해 독자 생존 능력을 상실한 이른바 '좀비기업'만 늘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좀비기업 수는 2009년 2천698개에서 작년 말 3천295개로 늘었다.

저금리 기조는 이런 '좀비기업'의 수명을 연장해 주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경기 회복이라는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급속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얻는 것보다잃는 게 많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현 경제성장 수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상황도 아니므로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현 수준이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진퇴양난에 빠진 한은 가계부채 급증세 등으로 나타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은 한은이 추가 인하 카드를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연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경기둔화 우려 등 이른바 'G2 리스크'도 추가 인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국이 연내에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국제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해당국의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 회복이 부진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리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에는이런 국제투자자금의 이탈 우려가 포함돼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계속 오르면 한국은행이 이를 무시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이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비롯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섣불리 이런 대열에 동참하기 어려운 처지인 것이다.

게다가 이미 7%대 성장이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국 경기가 한층 둔화하면 중국 시장에 의존해 온 신흥국 경제의 침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현재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 있어한은이 기준금리 운용 방향을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내 경기와 대외여건 등을 엄밀하게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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