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금융위 매일 시장상황점검회의…"필요시 선제 대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일촉즉발의남북간 긴장고조 상황을 힘겹게 넘긴 정부에 '중국발(發) 금융시장 불안 대응'이라는 큰 숙제가 떨어졌다.
정부는 중국 경제 불안,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복합 리스크'가 터졌을 때의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계속해서 다듬고 있다. 상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매일 시장상황을 점검하며 공포에 휩싸인 투자 심리를 가라앉히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관련 정부 부처들은 한국의 주가 하락·환율상승 정도가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정부 "한국 경제 차별화 상황 적극 알릴 것" 지난 24일 주식·외환시장이 끝나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한 기재부는 25일 시장이 열리기도 전인 오전 7시 30분에 또다시 점검회의를 열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에 마감한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장중 1천 포인트가 넘는 폭락세를 보이는 등 세계 증시가 중국발 위기 우려에 동반 급락했기 때문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돼 북한 리스크가 완화된 점이 그나마 걱정을덜어줬지만 세계 금융시장 상황은 더 나빠진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가 다른 신흥국과는 차별화됐다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최근 시장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난 측면이있다"고 말했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국내외 증시 상황 긴급 점검회의'에서 "국내 증시하락 폭과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아시아 역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이는 국내외 시장 참가자들이 우리 경제와 증시의 기초 체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한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남북간 긴장 완화에도 글로벌 위험 요인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만큼 24시간 시장 상황 점검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 기관들도 매일 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중국 경제 두고두고 문제…위기 대응 체력 비축해야" 정부는 투자자 심리 안정에 주력하는 한편 상황별 비상계획을 어떻게 가동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상황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한 경우 선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증시 불안처럼 대외 변수에 따른 위기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수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가계부채, 고령화가 구조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은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라 당장 돌파구로 삼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탄탄한 재정건전성을 기반으로 과감하게 정부가과감하게 지출을 확대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부채와 적자재정 수준이 높아져 위기극복을 위한 '실탄'이 부족해진 상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선 대외 위기를 흡수할 수 있는 경제 기초 체력을 잘닦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있기 때문에 위기가 터졌을 때 버틸 수 있는 체력을 잘 비축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외화 유동성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이 건전하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하면 추가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상황에 따라 0%대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중국발 위기가 짙어지는 현 상황에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중국 전문가그룹 가동…"中경제 구조변화 대응책 논의" 정부는 단기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인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선 중국 경제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중국 전문가그룹 회의가 열렸다.
위안화 환율 변동과 증시 급락을 계기로 중국 경제 불안이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정부는 학계·민간연구소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회의체를 만들었다.
첫 번째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의 증시 급락이 소비·수출 등 한국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최근 중국 증시는 그간 과도하게 오른 데 따라 조정되고 있는 것이지 중국 경제는 여전히 연간 6∼7%대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앞으로 두 달간 열리는 4∼5차례의 전문가그룹 회의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중국의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종합적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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