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금감원, 롯데 해외 계열사 조사 착수세무조사·면세점특허권 둘러싼 움직임도 주목
롯데그룹 경영권분쟁을 예의주시하던 정부가 사태가 확산일로로 치닫자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팔을 걷어붙였고, 국세청과 관세청 등 세정당국이 움직일 가능성도 열려 있는 모습이다. 경제 분야의 힘 있는 기관들이 모두사태를 주시하거나 행동 준비에 나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6일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기관이 엄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아직까지는 행동 준비 단계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일단 '정조준'을 마친 만큼 롯데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 공정위·금감원, 롯데에 자료제출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 제일 먼저 움직임이 포착된 기관은 공정위다.
공정위는 5일 롯데그룹에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이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알려졌을뿐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고 어떤 고리로 연결돼 있는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재계 5위 기업의 지배구조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 따른 따가운 시선이 반영됐다. 정치권이 롯데의 지배구조를 문제삼기 시작한 영향도 있었다.
특히 사태 파악과 향후 대응을 위해서는 일본과 연결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파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정부를 움직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가 칼자루를 쥔 것만으로도 롯데 측에 후계 분쟁의 조기 해결을압박할 수 있는 기대효과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와 함께 금감원도 롯데에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와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4곳에 대표자와 재무 현황 등의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 국세청·관세청 움직임에 촉각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자료제출만 있는 게 아니다.
국세청은 지난달 초 롯데그룹 계열의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기적으로 경영권 분쟁 이전에 착수한 만큼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게 국세청 입장이다.
더구나 롯데그룹의 주요 축인 롯데호텔과 롯데쇼핑 등에 대해 2년 전에 세무조사를 했던 만큼 추가로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대홍기획에 대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아울러 국세청은 이번 사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구조와 후계구도가 국세청 업무와 무관하지 않아서다.
관세청은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을 쥐고 있다.
관세청 역시 롯데면세점의 특허 갱신이 민관 특허심사위원회 소관이라며 발을 빼고 있으나, 언제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이 특허심사평가표의 평가요소와 배점을 조정할 수 있는데다, 특허심사위원 선정권도 갖고 있어서다.
더구나 특허심사위원회에는 관계부처 공무원이 과반 이하로 참여하고 있다.
◇ 일단 '자체 해결' 기회 주는 듯…"시장 심판" 경고도 정부는 이같이 다양한 카드를 꺼내놓고 일단 기다리는 모습이다.
당장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을 사용하기보다는 먼저 롯데 지배구조 파악을 위한시간을 벌면서 롯데 측에 스스로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는 분위기인 것이다.
최 부총리의 이날 발언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는 롯데의 자금흐름·지배구조를 살펴보겠다고 하면서도 '필요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아직은 본격적인 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단계라는 얘기다.
정부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도 "이번 정부 들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완료했다"면서 "(순환출자와 관련해) 법 개정 검토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에서 해외 계열사의 지분 및 국내외 계열사의출자 관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 고려됐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최 부총리는 롯데그룹 일가에 조속한 분쟁 해결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시장에서 이에 상응하는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kbi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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