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시장 96억 달러, 국내 2억6천만 달러 예상
생체인식 기술이 금융거래를 더 쉽고 한층 안전하게 해주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인증 방안으로 생체인식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속속 보여 이런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문이나 홍채, 망막, 정맥, 손의 형태, 얼굴, 목소리 등 개인의 다양한 특성을판별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생체인식 기술은 열쇠나 카드 등 소유물을 이용한 방식, 비밀번호 등 지식을 이용하는 방식을 넘어서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점점 지능화하고 고도화하는 금융 관련 범죄를 차단할 새로운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관련 기술도 빠르게 발전,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공상과학(SF) 창작물에서나볼 수 있던 생체인식 기술은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생체인식과 관련한 세계 시장규모가 2016년에 9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연간 2억6천만 달러 수준의 시장이 형성될것으로 전망했다.
◇ 금융사기 막고 편의성 높인다 금융권에서 생체 인식 기술이 널리 사용될 때 첫 번째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기의 차단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사기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을 매개로 벌어지는데 생체인식 기술이 적용되면 타인 명의의 통장에서 돈을 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금융사기로 대포통장에 돈을 입금시키더라도 인출이 안되는 것이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적은 일본에서는 많은 은행이 손바닥이나 손가락 정맥으로 본인 인증을 거치는 ATM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개인마다 정맥의 모양이 다르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해당 신체부위에 적외선을쬐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산소가 적외선을 흡수해 보여주는 패턴을 스캔하는 방식이다.
호주의 ANZ은행은 전용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에서 1천 달러 이상을 송금할때 목소리 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지불결제로 생체인식 기술이 확산한다면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애플의 '터치아이디'처럼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지문만으로 결제가 이뤄진다면 덜 번거롭게 모바일 구매 작업을 마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벨기에, 스웨덴 등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의 급식 결제에 지문 인식이 사용된다.
식당 직원이 돈을 만질 필요가 없어 위생적이고, 아이들이 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안전하다.
누가 무상 급식의 수혜자인지 곁에서 확인할 수 없어 프라이버시도 보호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메트라이프생명이 콜센터에서 고객의 목소리로 본인 인증을 하는 방식을 시험해본 결과, 통화 시간이 약 15초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 복제 가능성에 정보집중 우려…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물론 생체인식 기술이 '만능 자물쇠'일 수는 없다.
기술과 함께 발전하는 범죄와의 전쟁은 생체인식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각종 지문인식 기술이 상용화될 때마다 벌어지는 '복제 가능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2005년 말레이시아에서 지문인식으로 시동을 거는 고급 자동차를 탈취하기 위해 괴한이 운전자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지문을 채취해 복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어렵다.
이런 우려 때문에 최근에는 지문을 인식하고 생체 세포와 조직의 괴사 여부까지판별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생체인식 기술 앞에 놓인 또 하나의 어려움은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도용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열쇠나 비밀번호는 바꾸는 방식으로 후속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홍채 같은 생체 정보는 개인별로 2개뿐이어서 정보를 탈취당했을 때 문제가 커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생체 정보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일례로 국내의 손가락 정맥 인식기 업체인 코리센에서는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양손 8곳의 전·후·측면 세 곳씩을 이용해 최대 24개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변경이 불가능한 점과 더불어 본인인증에 이용되는 생체 정보의 집중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생체인식 기술은 저장된 기존 정보와 스캔 결과를 대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기존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면 유출 사고가 났을 때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유럽에서는 카드의 IC칩 등에 정보를 저장했다가 이용할 때 대조하는 '매체 저장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매체가 아닌 별도 서버에 정보를 저장하는 '서버 저장 방식'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보를 여러 곳에 쪼개 보관하다가 인증이 필요할 때 결합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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