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25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릴 수 있는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청년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재정적자 감축·세입확대 방안 함께 제시해야" 이번 추경 편성의 핵심은 세입 경정의 규모다. 정부가 세입 경정 규모를 낮은수준으로 잡았다면 올해 세입 규모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세출 경정에서도 메르스와 관련한 방역, 환자 치료 지원 외의 지출은 늘리지 않는 것이 좋다. 추경의 이유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이라면 꼭 필요한 분야에 한정해 지출하는 것이 옳다.
섣불리 대규모 추경을 해서 재정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이를 단기간에 줄이는 게어려워질 수 있다. 점점 더 재정건전성이 나빠지고,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1990년대 일본이 적극적 재정정책, 소극적 통화정책을 쓰다가 실패했는데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재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적자를어떻게 줄일 것이며 세입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세입 규모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제대로 된 현실을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양질의 청년 일자리 만들려면 기업이 움직여야"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추경 예산은 우선 메르스 관련 분야에 써야 한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수 있는 융복합·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에 추경 예산을 집행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정부가 하반기에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구조개혁이라고 본다. 단기적으로는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 침체를 반전시키는 게 시급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우리 경제를 올려놓으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구조개혁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고통을 수반한다. 노동분야의 경우 여러 가지 법의 테두리에 갇힌 측면도 있다.
청년 고용 문제에도 정부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가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인지하고 있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 만들려면 이익이 나야 한다.
정부 대책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구조개혁으로 기업이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생겨난다.
◇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 "경제 체질개선에 더 집중해야" 추경 편성 말고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추경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다.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변화는 만들어 내기 어렵다.
그동안 추경이 성장률을 방어하는 일회성 효과를 냈지만 나랏빚도 그만큼 늘었다.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늘린 부채는 미래세대가 부담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면 재정 확대보다는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경제 체질개선에 더 집중해야 한다. 금융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가 규제 개혁을 하고 있지만체감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예를 들어 증권사의 경우 현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유동성 비율 등의 규제가 있어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은행이 망하면 금융업과 경제 전반에 굉장히 큰 타격이 있지만 증권사는 은행보다는 타격이 덜하기 때문에 행동반경을 넓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투자성 지출에 추경 사용해야" 추경의 용도가 중요하다. 그동안 추경은 소비성 지출이 많았는데 관광 인프라확충 등 투자성 지출에 사용해야 한다. 추경으로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추경 효과가 크면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완화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감내할만한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본다.
경제정책 방향이 각 부처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모두 나열한 느낌이다. 모든사업이 중요하겠지만 정부가 역점을 두는 분야와 의지가 와 닿지 않는다. 특히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정책이 부족한 느낌이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내수가호전되면 수입이 늘어나고 이는 원화 강세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수출 활성화 대책도 되는 셈이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정책이 미진한 원인으로 국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정부가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고자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구조개혁에 대한 의지도 줄어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올해 경제성적표때문에 단기 부양책으로 무게가 실린 것 같은데 미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 방향 제대로 잡아" 추경의 재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서 조달해야 한다. 이 경우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전형적인 구축 효과가 발생할수 있다.
재정건전성도 문제가 된다. 올해도 세수부진이 우려되는데 추경을 위해 채권을계속 발행하면 추경 폭만큼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국가채무는 국민과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경제성장률을 3%대로 유지하기 위해돈을 쓰면 안 된다. 재정정책은 미래세대의 소득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사용하는 게 더 공평할 수 있다.
원화의 해외 투자 활성화 대책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전반적으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경제체질 개선 위한 구조개혁 많이 약화된 느낌" 재정절벽, 수출 급감, 메르스 사태로 경기 침체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추경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추경은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거나 자영업,저소득층 중심으로 민간소비를 일으키는 등의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SOC)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아 자제해야 한다.
추경은 경기를 정상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 경기가 본 궤도에 오르면 세금이 제대로 걷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다만, 만성적인 추경은 재정건전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전체적으로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많이 약화된 느낌이다.
재정정책은 단기 부양책이고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끌어올리고 경제체질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노력이 줄어드는 것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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