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5일 공개한 금융규제개혁 추진방향의 골격은 금융사의 영업 관련 규제는 확 풀면서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는 강화하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가 적지 않았던 금융규제를 바로잡아 나갈 밑그림인 만큼 개혁의 기본틀을제시하면서 상시화를 재차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방법론으로는 위쪽(톱다운·Top-Down)에서 7대 규제 합리화 기준을 제시하고 아래쪽(바텀업·Bottom-Up)에서는 현장점검반을 통해 수렴한 과제를 개선하는 방식을병행하는 양방향 개혁안이 제시됐다.
◇ 습관적으로 지침 바라는 금융사…"꼭 필요한 규제만 남긴다" 금융위의 이런 방침은 금융개혁을 상시화·구조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금융규제 완화가 그간 꾸준히 추진됐는데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떨어지고, 여전히 당국 실무자가 현장지도나 구두지시 같은 비(非)명시적 규제를 통해 '현장권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건전성 규제를 명목으로 금융당국이 배당 자제를 권고하거나 금융사의 가격(수수료·금리), 보수에 대한 제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금융사 수익구조는 획일화되고 창의적 서비스가 빛을 볼 여지가 적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금융개혁을 추진해도 금융사들이 반신반의하거나 또다른 지침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발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개혁의 상시화를 강조한 데는 그런 배경이 작용했다.
실제로 금융사는 지난해 행정지도를 일괄 폐지한 이후에도 행정지도 준수 여부를 당국에 문의하거나, 비대면 실명확인제 도입이 예정되자 금융사고를 우려하며 당국에 세부 지침을 요청하기도 했다.
나아가 특정 규제가 없는데도 그 유무에 대한 검토도 없이 '규제 때문에'라는핑계를 대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절절포' 얘기를 다시 꺼냈다.
그가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에 금융당국과의 토론회에서 거론했던 '절절포'는"(규제개혁을) 절대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줄인 것이다. 이번엔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규제개혁 작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임 위원장은 "협회와 연구원은 자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규제 존치 여부를 점검해 달라"며 "금융당국도 모든 규제를 폐지한 상태에서 꼭 필요한 규제만을 찾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7대 규제 합리화 기준 제시…영업 규제 풀면서 소비자 보호 강화 포석 금융위의 규제개혁 추진방향은 금융규제 유형화를 통한 합리적 개선, 금융현장의 비공식적 행정지도 관행 근절, 금융규제 상시개혁 시스템 구축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금융규제는 네 가지로 유형화된다.
법령·규정·세칙에 따른 '명시적 규제'뿐만 아니라 모범규준·가이드라인·지침 등 '그림자 규제'를 전수조사해 규제목적에 따라 ▲ 시장질서 ▲ 소비자 보호 ▲건전성 ▲ 영업행위 규제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지배구조, 소유구조, 내부자거래, 공시, 시세조종, 공개매수, 유사수신행위 등시장질서 규제와 광고, 비교공시, 신용보호정보, 설명의무, 손해배상책임, 부당권유금지 등 소비자보호 규정은 강화하거나 정교화한다.
자본적정성이나 위험·유동성관리, 자산·외환건전성,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에걸친 건전성 규제는 지나친 점이 없는지 파악해 국제 기준에 맞게 정비된다.
진입 기준이나 업무범위, 자산운용, 수수료, 업무위탁, 상품개발 등과 관련된영업행위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된다.
임 위원장은 "금융업 경쟁체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진입기준, 업무범위, 상품개발 등과 관련된 영업활동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 보험슈퍼마켓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업 규제의 폐지·완화는 그간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은 금융사들에 업권 간, 업권 내 무한경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규제 합리화 7개 기준도 마련됐다.
사전 규제는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규제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오프라인 규제를 온라인 시대에 맞도록, 포지티브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각각 바꾸고 업권·기능별 규제 수준에 맞춰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강화된 규제를 정비하고 금융회사 역량에 따라 차등 규제하겠다는 기준도 내놓았다.
금융현장에서 벌어지는 비공식적 행정지도 관행을 근절하고 법적 근거 없는 규제도 정비한다. 규정과 세칙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고유업무는 세칙으로 넘겨 금융위·금감원의 역할·책임 정립도 병행한다.
상시 규제개혁 시스템을 구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규제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규제를 개정할 때 일몰 설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미 14개부처에서 시범 시행 중인 규제개혁총량제도 도입 대상에 올렸다.
금융규제 운영규정(가칭)도 마련한다. 여기에는 가격·수수료, 경영판단사항에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을 통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임 위원장은 "이번 규제개혁이 금융의 30년 성장에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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