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형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늘렸지만 이는 고정금리 대출실적 산정방식 변경에 따른 착시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준고정금리형' 대출. 즉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해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도 중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예상되는 상황에서 3∼5년이 지나면 혼합형 대출자들도 금리상승 위험 노출을 피할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0년 10.6%에 불과했던 전체 가계대출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2011년 48.6%로 급증했다.
지난해 2월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내놓으면서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형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도록 지도한 영향이 컸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시장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에 대비해 가계의 금리인상 부담을 덜고자 한 것이다.
실제 고정금리형 신규 가계대출 비중은 대책발표 직전인 작년 1월 14.5% 수준이었으나 발표 다음달인 3월에는 33.1%로 급격히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감독기준에 따라 집계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 실적 역시2010년 0.5%에서 작년 9월 말에는 20.9%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중은행이 새로 늘린 고정형 대출 실적은 혼합형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정금리 기간이 5년 이상인혼합형 대출도 실적 집계 시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하도록 집계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기간 5년 미만의 혼합형 대출 역시 일정 비율을 고정금리형 대출로 인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시중은행들이 자신들이 장기간 금리상승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순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대신 혼합형 대출만을 늘렸던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까지 고정금리가 유지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014년 실행된 혼합형 대출이 2017년부터 대거 변동금리형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혼합형 대출상품의 고정금리 기간이 대개 3∼5년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혼합형 대출은 고정금리형 기간이 제한돼금리인상 시기에 가계의 금리변동 위험을 온전히 커버할 수 없다"고 말했다.
3∼5년 후에는 변동금리 대출자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3∼5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될 때대출금리가 갑자기 상승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혼합형 대출이 변동금리형으로 전환됐다고 해서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이 급격히악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자납부액 인상의 부담이 고스란히 가계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책당국이 혼합형 대출의 한계에 따른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형석 연구위원은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 규모가 단기간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당국은 대출 갈아타기 유도 등을 통해 대출 발생 규모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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