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인선 레이스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전 양상이다.
인선과정 초기에 일찌감치 유력 인사가 점쳐지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ƈ강(强)' 체제를 굳혔다는 관전평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4파전 또는 5파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KB 회장 인선 과정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외부 출신 이동걸…내부 출신 윤종규 두각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외이사진으로 구성된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오는 16일 최종 후보 4명 선정을 앞두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회장 후보 7명을상대로 평판조회를 하고 있다.
KB금융[105560]을 이끌 후보는 현재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등 7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대선캠프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 부회장이 초기부터 유력 후보로 꼽히며 내부 출신 후보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혼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신한금융그룹에서 은행, 증권, 캐피털 등을 두루 거쳐 금융그룹수장으로서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화하면서도 꼼꼼하고 철저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을 규합해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선언을 끌어낸점이 정치권 보은인사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 사대부고를 졸업한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은 그의강점이자 약점이다.
내부 출신의 대표 주자였던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사퇴하면서 '내부 후보론'이 다소 힘을 잃었지만,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은 KB 안팎의 신망이 두터워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 김정태 전 행장이 '삼고초려'로 영입한인사다. KB에 몸담았던 후보 중 재직기간이 7년으로 가장 길다.
윤 전 부사장은 부행장으로서 재무·전략·영업 등을 두루 경험해 능력을 검증받았으며, KB 내부에서는 뛰어난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B금융지주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을 맡아 회추위 구성원들인 사외이사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강점도 있다.
◇하영구·황영기 유력후보 급부상 1차 후보자 발표 당시 이름을 비공개로 요청한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지원 의사를 공식 표명한 이후 인선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은행장으로서만 14년간 재직하면서 쌓은 인맥과 경험, 글로벌 경영 감각이 최대장점으로 꼽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성사에 기여한 공로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인연,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지낸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인연 등도거론된다.
최근 씨티은행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큰 잡음 없이 끝냈다는 점에서 회추위원들의 판단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시간이 흐르면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황 전 회장은 2008년 9월부터 1년여 동안 KB의 초대 수장을 맡았으나, 우리은행파생상품 손실 문제로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아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해 제재의 굴레를 벗은 데다 삼성증권[016360] 사장, 우리은행장 등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도 KB 내부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2007년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을 맡아 그룹 경영체제의 기틀을 짰다.
교수 출신으로 학계와 금융계 경험을 두루 거쳤으며 1999년부터 2년여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내 후보 중 유일하게 금융당국 경력이 있다.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조흥은행 부행장, LG카드 부사장, KB금융지주부사장 등 다양한 금융권 경력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장은 안진회계법인을 업계 2위로 성공시킨 성공담을 가지고 있지만 은행 재직 경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내·외부 구분 희석…학연·지연 가세해 '예측 불가' 차기 KB금융을 이끌 수장을 뽑는 과정이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하마평이 무수히 오르내리며 인선 경쟁이 혼탁 양상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우선 내부 출신 인사냐, 외부 출신 인사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노조는 "외부 출신 회장은 과거 경험으로 이미 실패가 검증됐다"며 내부 출신인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런 요구를 두고 '노치'(勞治)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에서 30여년을 근무한 '토종 KB맨'인 김옥찬 전 부행장이 후보를 사퇴하면서 내·외부 인사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KB 근무 경험이 있는 황영기, 윤종규, 지동현, 김기홍 등 4명의 후보들은 재직기간이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7년까지로 제각각이어서, 어디까지를 내부 인사로 볼지 그 경계도 모호하다.
학연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떠올라 공정해야 할 인선 레이스에 잡음을 낼 소지가 있다.
KB금융 사외이사 9명 중 8명이 서울대 상대 출신인 탓이다. 후보 가운데서는 하영구 행장과 황영기 전 회장, 양승우 회장, 지동현 전 부사장이 서울 상대 출신이다.
경기고(하영구·양승우), 서울고(황영기), 경북사대부고(이동걸) 등 고교 동문회가 총동원돼 동문 출신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여기에 TK·비(非)TK 등 지역 논란까지 변수로 가세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내부냐 외부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김옥찬 전 부행장이 물러나면서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외부 출신과 다름없는 인사들의 경쟁인 셈"이라며 "평판 외에 여러 변수가 작용해 현재로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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