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입을 검토하던 한국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히면서 가입에 한 발짝 다가서는 듯했으나, 곧이어 미국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회담 당시 박 대통령은 "중국의 AIIB 설립 구상이 역내 경제 개발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시도로 생각하며 이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평가한다"며"이에 대해 한·중 정부 간 양자협의와 다자간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있고 우리 정부는 협의결과를 감안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그러나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워싱턴 현지시각으로 7일 한국이 AIIB 가입에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이 한국의 AIIB 가입에 탐탁지 않아 한다는 이야기는 왕왕 있었지만, 미국정부 고위당국자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신중론을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주도로 AIIB가 창설되면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미국이기존에 주도해오던 질서에 맞서는 성격을 지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가입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의 AIIB 가입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AIIB 창립시 아시아 국가 중 건설과 기술, 자금, 경험 등 인프라 관련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시 주석 방한 후 AIIB의 자본금과 지배구조 문제 등 주요사항에 대해협의, 검토를 해오던 한국은 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일단 한국 정부는 아직 검토 단계인 만큼, 중국의 참여 권유나 미국의 신중론등 양쪽 모두에 어떤 확답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아직 가입 여부를 협의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아직 AIIB가공식 출범한 것도 아니고 협의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명확히 못박을 수는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IIB가 WB나 ADB의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안전망, 조달 측면이나 다른 다자적 개발기관과의 협력, 부가가치 창출 등에서 높은 수준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 사일러 보좌관의 지적에 대해 "일리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로서는 결정 단계에 이르기까지 아직 협의할 것이 많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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