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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낙하산, 금융업계 돌며 CEO·감사·임원 섭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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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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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장·감사 장기 공백에 어부지리 연임 속출

    금융협회의 협회장과 임원, 민간금융사 감사는 관행적으로 정부나 금융당국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차지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논란'이 확산하면서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리자장기간 공백이 지속하거나 기존 인사들이 어부지리로 연임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생기고 있다.

    ◇관피아 논란 때마다 나오는 인사 균열 2011년 금융당국이 방만 경영으로 부실해진 저축은행 7곳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5천만원 이상 예금 가입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긴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비리와 직무유기 등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감사에 금감원 출신이 앉는 낙하산 관행을 과감히 깨겠다는 쇄신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금감원 출신 인사 대신 정치권과 행정관료 출신 인사들이 빈자리를 채우거나 기존 인사가 연임되는 일이 나타났다.

    최용수 코리안리[003690] 감사, 나명현 현대해상[001450] 감사, 남인 전 신한카드 감사는 2009년 나란히 금감원을 나와 민간 금융사 감사를 꿰찼다. 이들은 저축은행 사태로 2012년 각각 연임에 성공, 5∼6년씩 감사로 일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관피아 논란이 다시 확산하자 저축은행 사태 이후처럼 금융 협회장·부회장이나 감사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선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이 지난달 정치인 출신을 감사로 선임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조동회 SGI서울보증 신임 감사는 사단법인 국민통합 총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때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 3년 임기가 만료되는 기재부 출신의 김병기 SGI서울보증 사장은 연임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특히, 손해보험협회장과 주택금융공사장 자리는 각각 9개월, 5개월째 공석이다.

    금융 협회장은 매년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아 당국자들 사이에서 최고의재취업 자리로 꼽힌다.

    고위공직자들은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서업무와 연관된 업체나 유관단체 취업이 2년간 제한되나, 협회는 단서조항으로 심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출신인 장상용 손보협회 부회장은 민간 금융사 취업 제한에서 풀려 신한생명 감사로 내정됐으나, 공석인 회장 대행직을 계속 맡고 있다. 이 바람에 지난해1년 연임 후 임기를 마친 정진택 신한생명 감사가 한시적으로 자리를 맡고 있다.

    금융사에서 최고경영자(CEO)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감사는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데다 급여도 많다. 감사직은 속칭 '신이 숨겨놓은 감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부 인사가 선호하는 자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실상이 이렇다보니 금감원, 감사원, 한국은행, 기재부출신들의 금융사 협회장과 감사직의 임기연장, 갈아타기, 돌려먹기 등 갖가지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에 밥그릇은 예외인 거같다"고 비판했다.

    ◇'밥그릇'엔 비정상의 정상화도 역행…해법은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작년 8월 말 이후 공석 상태인 손보협회장 인선 문제를 묻는 말에 "최근 분위기를 고려해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은 원칙상 손보협회장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손보협회장 인선은 손해보험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회원사 대표와 학계·법조계등의 외부인사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꾸려 진행한다. 회추위가 회장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면 회원사인 18개(3개 준 회원사 포함) 손보사 사장들이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이렇듯 협회장 자리는 민간 조직임에도 사실상 금융위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게 그간의 관행이었다.

    정부가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비정상적 제도와 관행을 정상화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정부와 당국 출신들의 밥그릇 챙기기 등 고질적인 인사 병폐는 개선의 기미가 없다.

    금융권 인사 문제는 금융산업 자체가 진입 장벽이 높고 독과점적 구조가 발생하기 쉬워 정부의 규제를 많이 받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회원사들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각종 현안을 잘 처리하려면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 있는 당국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내부통제에서 감사의 역할은 필수적인데, 감사 일을제대로 할 만한 사람은 한정돼 있다"며 "금융당국 출신의 감사는 당국 내부적으로인사적체 해소 기능도 있으나 이런 이유로 금융사가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 출신 감사와 당국 후배들의 유착이 걱정된다면 그런 부적절한 접촉을 엄벌하는 행위 규제를 강화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감사 선임에 전문성과 독립성 등의 자격요건을 엄격히규정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느 하나의 법률적 조치로 해결될 수 있는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직자윤리법과 김영란 법으로 공직자의 비정상적인 재취업과 당국·민간 사이의 부정한 결탁에 대한 방지를 강화해야 한다"고말했다.

    아울러 그는 "당국의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로비스트)을 미리 등록하고, 이를 어기면 불법으로 간주하는 '한국판 로비스트법'을 고민해야 할 단계"라면서 "복잡한 문제가 얽힌 금융권 인사 문제는 이런 여러 장치를 촘촘하게 펼칠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임원과 감사가 내부에서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들에게 능력을 키우고 기회를 주는 경영체제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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