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어 경기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경기회복세가 기대보다 부진한 상황에서세월호 참사로 인해 경제심리마저 타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수습이 채 끝나기도 전인 상황이지만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을경우 겨우 살려놓은 경기회복의 불씨가 사그라들 수 있다는 정부의 정책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침체를 겪었던 한국경제는 작년 하반기 들어 점차 고개를 드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3.8%에서 4.0%로 올려잡을 만큼 국제기구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경제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속도가 애초 기대했던 만큼 빠르지 않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고,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오히려 1.3%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데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적 여건도 좋지 않다.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는 인식은 정부가 2분기 재정집행 규모를 확대해 상반기 집행규모를 목표치인 55%보다 초과 달성하겠다고 지난달 결정한 데에서도 드러난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경기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경제전반의 활력이 둔화될 경우 회복세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단체여행과 지역축제, 각종 모임, 공연등이 연기되면서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비위축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4월16~27일 신용카드 승인액은 전달 같은 기간 대비 7.6% 줄었다. 특히 여행,스포츠 등 여가 관련 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제심리의 위축이다. 심리위축만으로 소비와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 경기대책을 내놓은 것은 결국 경제심리 위축을 막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정부 대책은 특히 세월호 참사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분야에 집중한다. 수학여행 취소로 피해를 입은 사업자나, 진도 피해어민, 안산 지역 영세사업자 등이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만으로 경기심리가 살아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원대책이 주로 사고 여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취약업종에 국한돼 있고 주로융자지원 등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대책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부 판단으로도 풀 스케일의(충분한) 대책은 아니다"라며 "현 시점에서 경제심리를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참사 수습이 마치지 않은 것도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조심스러운 이유다.
경제에 미치는 피해 규모가 사실상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것도문제다.
경기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붕괴 등 과거 대형사고의 사례를 봤을 때 경제에의 부정적인 영향이 빠르게 해소되는 경향이 있어 경기악화를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어린이날 및 석가탄신일 기간에는 '연휴 효과'로 소비가 반짝 살아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효과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영향은 아직 경제지표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대체로5월 말 이후부터 나오는 지표에 반영될 전망이다.
김철주 국장은 "향후 경기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세울 때전반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소비동향 보고서에서 "사회적 불안과 심리위축이 장기적으로 고착화할 경우 미약하나마 회복추세를 보여오던 경기가 다시 위축되는 계기가 될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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