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협력 담합 제재서 제외·사모펀드 규제 완화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방향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흐름에 맞춰 공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바로잡는데 초점을 맞췄다.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은 담합으로 제재하지않기로 했으며, 사모펀드(PEF)의 의결권 제한 완화 등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인터넷 쇼핑몰 약관을 개선하고 모바일거래 가이드라인을제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반면에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등 남은 경제민주화 법안은 경제 여건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공기업 불공정 관행 점검…민영화 기업도 대상 20일 공정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은 '비정상적 거래관행의 시정'을 첫번째 중점과제로 삼았다.
먼저 공기업 등의 독점력 활용 불공정 거래관행을 집중해서 점검하기로 했다.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퇴직임원이 재직하는 회사를 거래단계 중간에 슬그머니 끼워넣어 이윤을 보장해주는 '통행세' 관행 등이 그 대상이다.
공정위가 공기업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점검을 나서는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2009년 이후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전력, LH 등 상위 5대 공기업과 KT, 포스코 등의 전체 계열사 수는 2009년 107개에서 2013년 151개로 급증한 상태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 못지않게 공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 해소가 중요한 문제"라며 "KT, 포스코 등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도 중점 점검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과 대리점 거래, 하도급 거래에서의 비정상적 거래관행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통분야에서는 중소 납품업체가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특약매입거래(유통업체가 상품을 외상매입하고 미판매 상품은 반품하는 거래형태)와 관련해 판매수수료이외에 판매촉진비나 매장관리비를 떠넘기는 행위를 집중해 감시하기로 했다.
국내 백화점은 상품 대부분을 직매입으로 거래하는 외국 백화점과는 달리 매출의 72.5% 가량을 특약매입거래에 의존, 중소업체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약매입거래에서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2분기 중 '특약매입 비용분담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다. 홈쇼핑과 인터넷쇼핑 업체가 지켜야 할가이드라인도 새로 제정한다.
하도급 거래와 관련해서는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기술유용을 4대 핵심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술탈취 증거자료신고자에게도 담합 신고자와 같이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ICT 분야 경쟁저해 행위 감시…중소벤처 기술보호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혁신 유인을 저해하는 각종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기로 했다.
우선 앱스토어,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의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거나 콘텐츠제공자(CP)를 착취·차별하는 행위를 감시하기로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와 관련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업그레이드나 유지보수와 관련해 불필요한 끼워팔기가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다국적 기업 중심으로 독과점 구도가 형성된 네트워크 및 방송장비 분야 역시소프트웨어 끼워팔기나 불필요한 추가기능 구입강제, 리베이트 제공이 있는지를 감시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3월 중 기술자료 제공·관리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하도급 계약 시 기술보호와 관련한 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반기 중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하기로 했다.
경찰청,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 관계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술보호 관련 온라인 원스톱 서비스체계를 연말까지 구축한다.
계약 시 작가의 저작권 일체를 출판사에 양도하도록 하는 등의 불공정 약관은실태조사를 거쳐 적극적으로 고쳐나가기로 했다.
혁신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조치도 이뤄진다.
공동행위 심사지침을 올해 안에 개정,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 미만으로 낮은기업들이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하거나 기술협력을 하는 경우에는 일반 담합사건과 구별해 담합 규제대상에서 면제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에서 이미 시행하는 제도로 규제 불확실성을 제거해 연구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했다.
기업 인수합병(M&A) 규제도 완화한다. 대기업집단 소속 PEF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정을 면제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도입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금융 대기업집단의 PEF는 비금융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의결권 제한을 받아 사실상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경쟁제한 우려가 낮은 PEF나 유동화전문회사, 선박투자회사, 해외자원개발회사는 설립 시 신고의무를 면제하는 방안도 올해 안에 추진한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한 해 기업결합신고 중 17%가량이 신고의무를 면제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상거래보호법을 개정,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개발자의 의욕을 저해하지않도록 미리보기 등 시용상품이 제공되는 경우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추진한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 강화 전자상거래 분야의 개인정보보호 등 민생분야 집행과 제도개선에도 힘을 쏟는다.
오픈마켓이나 인터넷쇼핑몰,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사업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을 점검해 필수정보와 선택정보 분리 여부, 개인정보 폐기 실태 등을 들여다본다.
최근 개인정보유출로 문제가 됐던 금융 분야에서도 금융위와 협의해 '개인정보수집·이용·제공 표준 동의서'를 개선하는 작업을 벌인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커머스 시장이 확대함에 따라 5월 중 '전자상거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상품정보 표시기준을 명확히 정하기로 했다. 모바일을 통한 사기성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컴퓨터 환경과 동일한 수준을 결제 안전장치를 갖추도록권고할 방침이다.
전자상거래 거래규모가 확대함에 따라 사업자가 거래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상품정보제공고시 이행실태를 점검한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부당광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소비자가 블로거의 추천글이나 이용후기가 광고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2분기 중 추천보증심사지침을 개정,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실을 알리는 표준문안을마련할 방침이다.
외국 경쟁당국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브라질과 일본의 경쟁당국을 상대로 정보교환 등의 내용을 담은 MOU 체결을 추진하고,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차별적 법집행이 없도록 피심인 방어권 보장 등의 조항 반영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경제민주화 남은 과제 신중히 추진 경제민주화 과제는 지난해 시급한 법안을 처리한 만큼 나머지 과제는 경제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활성화 분위기에 맞춰 시기와 강도를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소관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 14개 중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8개가 입법을 마친 상태다.
남아 있는 주요 과제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보험 자회사 보유 허용(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집단소송제, 사인의 금지청구제, 수급사업자 범위에 중견기업 포함,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 등 6개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보험 자회사 보유 허용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지만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여야 이견이 커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 등이 직접 연관되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법안은 의결권 회복에따르는 기업 부담이 커 경제 여건을 봐 가면서 추진하기로 했다.
집단소송제 확대 역시 소송남발을 우려하는 재계의 강한 반발로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공정위는 적용대상과 요건, 절차를 정교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입장이다.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남은 경제민주화 과제들은 여야 이견이 크거나 경제여건을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어서 추진이 간단하지 않다"라며 "입법 과제들인 만큼 국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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