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거래일부터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장중 저가 기준)를 기록한 것은 달러당 1,050원선을 앞두고 지난해 연말부터 대기해 온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움직임과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양상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원·달러환율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장중 최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48.3원까지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8월 22일(장중 1,048.0원) 이후 최저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내내 1,05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원·달러 환율은 수차례 1,050원선 하향돌파를 시도했지만 원·엔 환율 1,000원선 붕괴를 코앞에 두고 당국 개입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으로 좀처럼 1,050원선을 뚫고 내려가지 못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외환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이 적극적인 달러 매도세를 가로막았던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 요인이 생긴 것도 원·달러가 박스권 장세를 상당기간 이어간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이 폐장한 12월 30일 이후에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는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달러 매도)이 밀려들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미 1,050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폐장일보다 5.0원 하락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결국 이월 네고 물량에밀려 장중 1,048.3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장중 최저치를 기록한 정오께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 물량이 나오면서 약 1분 만에 다시 1,050원 선을회복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05엔선을 상향돌파하는 등 엔화 약세가 지속된 영향으로 원·엔 환율도 다시 100엔당 1,000원선을 밑돌았다.
◇올해 원·달러 환율 소폭 반등 후 다시 하락 전망 원·달러 환율이 지루한 공방을 벌였던 1,050원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수출업체네고 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되면 외환시장에서는 '숨고르기'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전망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연초에는 원래 전반적으로 거래가 활성화된다"며 "대기매물 부담도 있고 환율이 크게 반등할 재료도 당장은 없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다만 오늘 주가가 빠진 점이나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도 있어서 향후에는 반등 쪽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연초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나왔었다. 원·달러와 원·엔 모두 의미 있는 레벨이 깨져 더 크게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처럼 원·달러 환율이 다소 상승했다가 하반기에하락하는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자릿수로 들어선 원·엔 환율은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반등이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승지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 때문에 (엔·달러 환율) 상승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원·엔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950원까지 갈 수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원화 가치 절상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많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황형 흑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화가치의 장기 적정 수준은 900원대 후반이라고 본다"며 "속도와 시기의 문제일 뿐, 원·달러 환율은 100원 정도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 주가는 떨어졌는데 환율이 낮아진 것이 흥미롭다"며 "수출이 크게회복되지 않는데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금융시장 안정성은 좋아져 불안 국면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확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로 변해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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