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27일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대해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주요 정책이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 내년에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을 펴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 올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 범위의 하단인 2.5%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계속됐는데도 한은의 통화정책이 신축성 면에서 아쉬웠다. 정부의 내년 물가 목표(2.3%)가 달성된다면 내년에도 물가는 2.5%에 못 미칠것이다. 정부와 통화 당국이 협의 채널을 강화해 경기 판단의 공감대를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은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어떻게조합할지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내년 이후까지 경기 회복세가 지속할지 불투명한 점을 고려하면 경기 확장적인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다만, 재정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만큼 세수 확보가 가능할지가 변수다.
이번 정책방향에서 일자리 창출, 신성장 동력 발굴, 주택시장 정상화 등 주요시책의 내용이 기존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 촉진책도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기존 대책을 재추진하거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투자세액을 공제해주는 내용 등이다. 획기적이거나 새롭다고 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개혁은 국가 경제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철도노조 파업에서나타나듯이 세밀하게 추진 계획을 세우고 사전 홍보를 강화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높여야 한다. 각종 규제를 개혁할 때에는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정부의 소통 부족과 컨트롤 타워 실종의 문제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우선 거시정책 기조가 충돌한다. 한국은행은 내년에 잠재성장률(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 3.6%) 수준의 성장률,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 범위의 물가상승률을 예상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기획재정부는 성장률은 한은보다 높은 3.9%로, 물가상승률은 한은보다 낮은 2.3%를잡았다. 두 기관이 이렇게 엇갈린 시그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자칫 새해 4월 한은 총재를 교체하면서 거시정책 기조를 기재부의 의도대로 끌고 갈 경우,정책 리스크가 시장 불안정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기재부와 한은 간 불협화음을조속히 제거해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줘야 한다.
노사관계 개혁과 세수확보 방안이 빠진 것은 아쉽다. 투자활성화, 공공부문 개혁 등 모든 목표의 전제는 노사관계 개혁이다. 최근 철도노조 파업에서 보듯이 노사관계에 대한 침묵이나 일방통행은 경제정책에 장애를 초래한다. 정부는 또 복지재원마련에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논의를 보면 비과세·감면 개혁 기조가 크게 흔들리면서 간접 증세는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애초의 공약보다 후퇴한 복지계획마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가 충돌하는 것도 문제다. 경제민주화는 우선순위도 밀렸고 새로운 내용도 없다.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이미 입법된 공정거래법 관련 조치 이외에 개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결국 경제주체들은 경제민주화는 후퇴하고 과거의 낙수효과 모델로 회귀한다고 인식할 것이다. 이는 주체들이자신의 단기 이익을 강화하는 기회주의적 전략을 선택하도록 해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 모두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3.9%는 현대경제연구원(3.8%), 한국은행(3.8%),경제협력개발기구(OECD·3.8%) 등 국내 민간연구소와 국제기구에 견줘볼 때 별다른차이가 없다. 이명박 정부 때 7% 전망과 비교하면 비교적 현실적인 전망이다. 장밋빛이나 낙관적 전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내년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나정부 채무한도 협상,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 등 하방요인이 있으므로 성장률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장기 대책에 시동을 건 것이 눈길을 끈다. 역대 정부가 임기 말에 중장기대책을 제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임기 초중반부터 공공부문개혁, 경제민주화, 미래대비10대 과제 등 경제체질 개선과제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기에중장기적인 국가비전도 함께 제시해야 현재 진행 중인 여러 대책을 왜 추진하는지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공공부문을 개혁하려면 이해관계 조정이 필수적이다. 소통의리더십을 강화하고 상충하는 이해를 주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창조경제 활성화 대책은 구체성이 부족해 보인다. 투자활성화 대책의 경우 4차례에 걸쳐 대책을 발표하고 1~3차에서 제시된 과제 120건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점검하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아쉽다.
통화신용정책의 방향성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에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운용의 미(美)가 필요하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정부의 내년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다소 낙관적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출이 호조세일 것으로 판단했지만,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선진국의 실물지표가 아직 불안하고 중국이 내수중심 성장전략으로 돌아서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수도 여전히 불안하다. 경제지표에 긍정적 신호가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경기 침체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있다.
경제정책방향 내용을 보면 규제 완화 위주의 경제활성화 전략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사라졌고 복지도 축소됐다. 이 정도 수준의 경제민주화와 복지로는한국 경제가 당면한 양극화와 내수 침체를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계 구매력이 커져야 한다. 정부는 보건ㆍ의료,교육 부문의 규제를 완화해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소비와 투자를 북돋겠다고 하지만이는 자칫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하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등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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