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리·외환은행 이어 금융노조 선거 '빅매치'신한생명 돈 문제로 재선거…산은 "사생아 정금공" 논란
금융권이 연말을 앞두고 동시다발로 치러지는 노동조합 선거에 들썩이고 있다.
금융권 1·2위 규모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비롯해 외환은행, 현대해상[001450], 신한생명 등 대형 금융회사의 노조 선거가 잇따르는 데다 상급 단체인 금융노조의 선거도 예정됐다.
그러나 일부에선 돈 문제를 둘러싼 잡음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는가 하면 통합 대상 기관을 '사생아'로 취급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경영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선심성 공약이나 강성 노조의 사내 정치세력화도 논란거리다.
◇국민·우리·외환銀 선거…민영화·합병저지 '화두' 올해는 조합원이 1만명 안팎에 이르는 대형 금융회사의 노조위원장 선거가 잇따른다.
노조원이 1만7천500명으로 가장 많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에는 후보 8명이 출마한 가운데 다음 달 13일 1차 선거를 치른다.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1·2위 득표자를놓고 20일에 2차 선거를 한다.
국민은행은 노조 내부적으로 채널(합병 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 갈등이끊이지 않는 곳이다. 연임을 노리는 박병권 현 위원장(주택 출신)과 재임에 도전하는 유강현 전 위원장(국민 출신)의 맞대결이 관심을 끈다.
노조원 1만1천명인 우리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에도 임혁 현 위원장을 비롯한후보 8명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다음 달 1일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 13~15일후보 등록, 1차 선거(12월3일)와 2차 선거(12월5일)를 거친다.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는 내년으로 예정된 우리은행 민영화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은행이나 금융회사에 흡수 합병되지 않고 국민주 매각이나 블록세일 등의 방식으로 '독자생존'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조를 얻어내겠다는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 가장 강성 노조로 꼽히는 외환은행(노조원 6천700명)의 노조위원장선거도 다음 달 1일 치러진다. 금융노조위원장에 도전하는 김기철 현 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후보가 경합 중이다.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은 하나금융그룹과의 합병 저지다.
현실적으로 통합 자체를 무산시키는 건 어렵지만, 2017년 전까지 카드사업이나 정보기술(IT) 부문의 합병을 막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산업은행과 경남은행은 최근 노조위원장 선거를 마쳤다. 보험업계에선 신한생명이 재선거하는 가운데 현대해상(12월12일), 동양생명[082640](11월20일), 서울보증보험(11월중), MG손해보험(11월21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의 노조위원장선거가 치러진다.
12월17일 치러지는 금노위원장 선거는 김문호 현 위원장과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2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번 선거에선 김 위원장이 단독 출마로당선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31일 "국민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대형 지부의 선거가유난히 많다"며 "연내 씨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006220], 자산관리공사(캠코)등의 선거도 남았다"고 말했다.
◇금전문제 시비에 통합대상 기관 '비하' 논란도 올해 금융권의 노조 선거는 크고 작은 현안과 맞물려 대규모 선거가 이어지는바람에 잡음도 적지 않다. 많게는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노조의 특성상돈 문제가 대표적이다.
신한생명은 다음 달 노조위원장 선거를 다시 치른다. 세 번째 당선에 성공한 현노조위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오래 집권한 집행부가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생명의 노조 재선거는 전임 집행부의 경비 집행이 방만하고 회계 처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형 은행 노조는 임금의 1~2%를 떼는 조합원 회비만으로 연간 50억~60억원의예산을 운용한다. 파업이나 집행부 해고 등에 대비해 쌓은 '투쟁기금'도 적지 않다.
이런 탓에 금융권 노조 선거는 금전 문제를 둘러싼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전임 집행부 시절에는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이 1억원 넘는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의노조 간부는 "반대파가 회계감사 등을 포섭, 집행부의 금전 문제로 꼬투리를 잡기도한다"고 전했다.
최근 임기를 시작한 산은 노조 집행부는 내년에 재통합이 예정된 정책금융공사를 가리켜 '사생아'로 비하해 구설에 올랐다. 그러면서 경력직이 많은 정금공 직원은 은행 업무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통합 이후 직급과 승진에서차별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김대업 신임 산은 노조위원장은 "정금공의 인력은 결코 '정예의' 산은 직원과동일할 수 없다"며 "정금공과의 통합은 대등한 일대일 통합이 결코 아니며 일부 정책과 인력을 흡수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폈다.
노조가 지나치게 파벌을 조장, 사내 정치에 개입하거나 경영에 부담을 줄 무리한 공약을 내놓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 있다. 모든 직원에게 복지카드를 만들어주겠다거나 노조위원장이 이사회에 참여하겠다는 등의 공약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의 노사 담당자는 "노조는 은행 내 인사나 예산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막강해 선거도 과열되기 십상"이라며 "금융권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에게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약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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