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에 '힘' 실어주기…대주주적격성 심사 강화 검토
금융당국이 채권은행의 기업 감시를 강화키로 한 것은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이 계열사 우회지원 등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하다 무너져 금융사와 협력업체,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임박함에 따라 최근 책임론에 휩싸인 금융당국의발길은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동양사태 막아라"…금융당국 '묘안' 총동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앞으로 대기업 주채권은행에 상시감시자 역할을 철저하게 이행해 줄 것을 주문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은 '주채권은행 업무 가이드라인 마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채권은행이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구체화해 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논의해왔다.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은 주채무계열이나 소속 기업의 경영이 악화한 경우 주채권은행이 계열기업군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정보 파악이 쉽지 않다.
특히 숫자로 드러나는 재무정보 외에 기업의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보는 많지만 주채권은행이 이런 정보를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은 우선 계열사 간 거래나 인수·합병(M&A) 등 사업확장계획, 지배구조 관련 변동사항 등의 정보를 공동으로 요청해 주채권은행에 집중시킬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들이 대기업 여신을 일정 수준 이상 갖고 있으면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상황을 모니터링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동양그룹처럼 은행빚 대신 시장성 차입을 통해 주채무계열에서 벗어난 뒤 무너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국회에서 표류하는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고개를들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6월 보험사와 증권사에 대해 '금융범죄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최근 동양 사태로 '오너책임론'이 불거지자 기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아국회에서 이른 시일 안에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성난 투자자·'동양 국감' 마주한 금융당국 금융당국이 이처럼 휘청거리는 기업을 다잡을 방안을 총동원하는 것은 또 한 번의 동양 사태가 터지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시장과 언론에서 '동양 위기론'을 제기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에 비해 은행빚이 많지 않은 동양을 직접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금융당국은 결국 '특단의 조치'라 내세울 만한 강력한 대응은 취하지 못했다.
실제로 '주채권은행 업무 가이드라인 마련 TF'는 당초 올해 3분기께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TF 참가자들은 기업들의 정보공개 확대를 강력히 독려할만한 유인책이 없어 생각만큼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공론화된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 개선 또한 해를 넘겨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CP와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을 선정 기준에 포함하는 것이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주채무계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이 계열사가 발행한 투자부적격 등급의 회사채와 CP를 투자자에게 권유할 수 없게 하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달에서야 시행됐다.
개정안이 상반기에 시행됐다면 투자자 피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동양 사태가 상반기에 터졌을 것이라며 몇 달 간 동양이 시장성차입과 은행빚을 적정 비율로관리하는 등 재무상태를 추스를 시간을 준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수천명의 성난 투자자들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퇴진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책임론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이런 해석을 공론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책임론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짊어져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써는 그간 논의해 온 대응책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점검과 채권은행의 상시감시 역할 강화, 피해투자자 지원 등 동양 사태와 관련해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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