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낮춘 것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추가로 더뎌질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이 성장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으로선 다른 나라의 성장둔화는 교역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국내 경제의 내부적 요인보다는 글로벌 경제 변화에 상응해 전망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이 수치를 더 내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유가불안 등 한국경제를 위협할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에 상방·하방리스크가 혼재하나 하방리스크가 더 우세하다"고 밝혔다.
◇ 신흥국 성장둔화에 한국 성장률 전망도 주춤 시장은 이미 한은이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세계 성장률을 기존 3.8%에서 3.6%로 낮췄기 때문이다.
대외경제 전망에 IMF 자료를 준용하는 한은으로선 성장률 조정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내년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8.0%에서 7.2%로 내렸다.
경상수지 흑자폭 역시 올해의 630억달러에서 내년 450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3.3%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7월 전망치(3.5%)에서 소폭 하향조정 된 것이다. 신 국장은 "지난번 전망 이후 전세가격 상승세 등을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 전망 때의 7.0%에서 5.7%로 낮춰잡았다. 건설투자도 2.0%에서 1.7%로 내렸다. 이는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기업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국내투자가 지연된 점을 참작한 결과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2.5%가 된다고 내다봤다. 기존의 2.9%에서 0.4%포인트 낮춘것이다. 취업자도 38만명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은 65.2%로 정부 목표치(70.0%)보다 밑돈다고 예상했다.
◇ "세수부족 없을 것…성장률은 하방리스크 커" 이날 한은이 내놓은 성장률 수치는 지난 4월 전망했던 것(3.8%)과 같다. 7월 0.
2%포인트를 올렸다가 다시 석 달 만에 원점으로 복귀한 것이다.
또 정부가 내놓은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3.9%)보다도 낮다. 정부의 수치는 내년도 예산안의 기초가 되는 수치다. 일각에선 한은의 전망치가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점을 들어 올해와 같은 '세수펑크'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 국장은 "수치상 0.1%포인트는 오차범위"라며 "수출보다 내수성장에의해 유발되는 조세가 2~3배 크기 때문에, 내년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확대되는 만큼큰 세수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3.8%이란 수치가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은 열어놨다. 미국의 양적완화축소가 단행되며 금융불안이 일어나거나 미국의 정부업무 부분중단(셧다운)이 장기화하며 미국·세계경제 회복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의 기존 전망보다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유가를 올릴 수 있어서다. 신 국장은 "선진국 성장이 더 좋아지며 성장률이 올라갈 가능성도있지만, 이번 전망에선 내려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단 수출 뿐 아니라 소비·투자 등 내수의성장 제약요인도 많다"며 "올해 상반기 성장에 도움이 됐던 재정의 역할이 내년에도뒷받침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금융센터·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36개 기관의 전망치 평균은 3.5%다. 이중 27곳(75.0%)이 한은의 전망치인 3.8%보다 더 낮게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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