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6시5분 송고한 연합 경제 '<3천억弗 적정 VS 4천억弗 넘어야…외환보유액 논란>' 제하 기사 13번째 문단의 통화안정증권 이자비용 5조7천390억원을 5조7천39억원으로 수정합니다.>><3천억弗 적정 VS 4천억弗 넘어야…외환보유액 논란>일부 전문가 "IMF 권고수준 해당되나 4천억弗 넘어야"당국 "관건은 경제 펀더멘털…규모는 논란거리 안돼"
외환보유액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지속되고 있다. 정작 논란에 휩싸인 외화보유액은 지난 7월말 현재 3천297억달러로역대 최대다.
논란의 배경은 선진국 양적완화 축소를 앞둔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상대적인 외화보유 규모는 현재 외환위기 조짐을 보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보다 더 적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은 불필요한 논란이라는 입장이다. 외화보유액은 많다고 좋은 게 아닐뿐더러, 국내에서 외국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 통화스와프 등 추가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얻어가고 말한다.
◇ IMF 권고 적정 외환보유액은 2천500억~3천800억달러 2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기준으로 IMF가 권고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2천500억~3천800억 달러 수준이다.
IMF는 지난 2011년 단기외채·외국인증권투자·통화량·수출 등을 종합해 나온기준치의 100~150%를 적정 외환보유액 으로 제시했다. 다른 기관의 추정 방법도 있지만, 한국 당국은 IMF 기준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기준치의 130%에 해당한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국제 신용평가사들도 현 보유액 수준이 적당하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외환보유액이란 국가가 금융위기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기댈 수 있는 비상금이다.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환율을 안정시키는 실탄으로 쓰인다. 외환보유액을 충분히갖고 있으면 그만큼 대외 지급능력이 있다는 의미여서 국가신인도에 도움이 된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고갈된 경험이 있다. 바로 외환위기(1997년)다. 이때의 아픈 경험 때문에 한국은 외환보유액을 2천622억달러(2007년)까지 늘렸지만 리먼 사태로 2천12억달러(2008년)까지 물러섰다. 현재는 다시 세계 7위 규모로 늘어났다.
그러나 보유액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유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확보하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또 국내 시장에서 원화로 달러를 매입하면 통화량이 팽창하므로 이를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이자 지급비용도 적지 않다. 게다가 외화보유액 운용을 통해 얻는 수익률은 대체로 낮은 수준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2년도 결산보고서를 보면 외환보유액 조달의 한축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지난해 5조8천768억원의 차액 손실을 봤다.
다른 축인 통화안정증권이 이자비용으로 5조7천39억원으로 외환보유액의 운용수익분을 상당부분 상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용문제를 생각해도 외환보유액은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외환보유액 더 쌓아야" 목소리도 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한국은행 국제국장을 지냈던 안병찬 KB투자증권 감사가 대표적이다.
안 감사는 "현재도 부족하지 않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성장둔화, 일본의 아베노믹스 실패 등 위기 가능성을 고려할 때 외환보유액은 앞으로 4천억달러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유액을 늘리는 일은 쉽지 않지만, 현재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점을 고려하면 올해 6월까지의 증가세(+30억달러 가량)보다는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김윤환 전 금융연수원장도 최근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외거래 규모나 북한 리스크를 고려할 때 외환보유액을 4천억달러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령, 국제결제은행(BIS)의 권고대로 3개월치 경상수입액, 단기외채, 외국인 주식투자액의 3분의 1을 합하면 한국의 적정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장기적으로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외환보유액이 자연스럽게늘어나는 게 맞다"며 "외환보유액을 인위적으로 쌓으면 국제적으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려는 시도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외환 당국 "外人은 외화보유액보다 경상흑자 중시" 당국은 외화보유액 규모를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외화보유액 규모 자체가 외자유입·유출의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은의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경상수지,성장률, 물가 등 한 나라의 펀더멘털"이라며 "특히 외환시장과 연관된 경상수지 흑자 수준을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경상수지에서 흑자가 나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가 많아져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올해 한국의 상반기 경상흑자는 298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한은은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IMF 기준의 상대적인 외환보유 규모에서 인도나 인도네시아가 한국보다 많다고 해도, 이들 국가는 대규모 경상 적자가 지속됐다"며 "이렇게 되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도 빠른 속도로 다시 채워넣을 수 없다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에 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 유입된 점도 당국이 외자 유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채권투자자가 주로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나 소수의 거대 투자운용사인 만큼 '치고 빠지는' 핫머니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외환 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보유자가 한국에서 나가려 할 때 채권을팔고 달러로 환전해야 하는데, 위기 시엔 보통 환율이 오른다"며 "이렇게 되면 실제로 쥐는 달러가 적어지니 외국인으로선 나가려는 유인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국의 대응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도 당국은 항상 '안전하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 위기가 닥치고 심리적인 동요가 일면 비이성적인 '셀 코리아(매도세)'를 어김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은 넉넉한 상황이지만, 위기 상황에 대비해 주요국과의 달러화 통화스와프를 강화하는 등 2선 외환보유액을 늘릴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단기간에 외환보유액을 늘리기는 어렵다"며 "지역 안전망을 확충하고 통화스와프를 기금형태 등 더 확실한 방법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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