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월세자금대출을새로 내놓거나 확대하려고 나선 배경은 최근 민생의 화두가 된 '전세대란'이다.
전세와 연동하는 월세마저 들썩이자 임차료가 부족한 서민이 손쉽게 돈을 빌리도록 자금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다.
은행들은 그동안 월세대출을 방치하거나 아예 무시했다. 그러다가 금감원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너나없이 월세대출을 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넉 달이 되도록 2개 은행에 단 10명밖에 찾지 않은 월세대출을 늘리는게 과연 실효성을 염두에 둔 조치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의 압박과 여론의 흐름에 못 이겨 금감원이 '보여주기식 대책'을내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월세대출 공급창구·공급량 대폭 확대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임원회의에서 "월세대출 종합 개선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 월세대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으로, 임차료를 제때 마련하지못하는 서민에게 대출 공급을 늘리고 접근성을 높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서민이 임차료 압박을 덜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도록 은행들을 지도하고, 월세대출 운영 현황도 점검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1일 "월세대출 판매를 모든 은행으로 늘리고 대출 대상도 확대해 원래의 좋은 취지를 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월세대출을 다루는 은행은 우리은행(우리월세안심대출)과 신한은행(신한월세보증대출) 등 두 곳뿐이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에 출시돼 우리은행이 5명에 4천700만원을, 신한은행이 5명에 5천400만원을 빌려줬다. 4개월간 실적치고는 초라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임차에서 월세 비중이 40%인데, 이런 상품을 제대로 홍보하면 이용자가 더 많을 것"이라며 상품 활성화를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의 방침에 따라 국민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024110] 등은 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기존 상품과 비슷하게 아파트, 일반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 반전세(보증부월세)를 포함해 5천만원까지 마이너스대출 형태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신용도 8등급까지인 월세대출 대상의 신용등급을 9등급까지 확대하거나 대출 한도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신용대출과 별도로 한도를 얻을 수 있고 금리도 4~6%대로 비교적 저렴한데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이용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판단, 홍보도 강화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홈페이지에서 월세대출 상품 안내를 강화하고영업점에 상품안내장을 둬 고객의 선택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선 '시큰둥'…일부 은행 '콧방귀' 금감원장의 '한 마디'로 시작된 월세대출 활성화는 그러나 기대와 달리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월세대출 수요자의 상당 부분이 저소득·저신용층일 개연성이크다는 데 있다.
월 소득으로 임차료도 내지 못할 정도라면 이런 계층이 많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대출금리가 높아져 수요자로선 있으나 마나 한 상품이 되기 십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대출은 신용대출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저신용자가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결국 고금리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잘 먹히지도 않을 상품을 내놔봐야 호응이 적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Ɗ개월간 10명'이라는 실적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 세입자인 고객만 골라 '월세대출 받으라'고 권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금감원의 대책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몇몇 은행은 금감원의 대출 확대 권고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모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월세대출을 내놓을 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출시하지 않았다"며 "현재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기존 전세대출 상품으로 반전세 세입자까지 대출할 수 있어굳이 따로 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이 주도하는 월세대출 확대는 전세대란이 회자되는 여론의 흐름과최고권력자의 발언만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와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잇따라 전·월세 대책을 마련토록 주문한 바 있다.
president21@yna.co.kr zheng@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