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립한 추진계획 유명무실화…신규 순환출자금지만 유력
공정거래위원회가 애당초 하반기까지 추진을 마치려 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잔여 입법과제의 이행시기를 상당수 뒤로 미룬 것으로나타났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추진동력을 상실하면서 입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정과제 중 신규 순환출자금지를 제외한 나머지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제는 연내 처리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소관 국정과제 가운데 현재 처리되지 못한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입법사항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비롯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지주회사 전환촉진을 위한 금융 자회사 규제 개편, 집단소송제, 사인의 금지청구제 등이다.
상당수가 재벌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굵직한 과제들이지만 6월 국회에서 이미논의가 진행된 신규 순환출자금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추진일정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24일 박근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신규 순환출자금지는6월까지, 위에 거론된 나머지 입법과제는 연말까지 입법과 법령개정을 마친다는 국정과제 추진계획을 세웠다. 불과 석 달 만에 추진 여건이 급변한 것이다.
이런 기류 변화는 최근 박 대통령이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며 경제민주화 과제가거의 종료됐음을 시사하면서 가속화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언론사 논설실장 초청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중요 법안이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이번에(6월 임시국회) 통과됐다. 그래서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고, 시장은 이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런 분위기를 인식한 듯 공정위는 24일 노대래 위원장의 강연자료를 통해 공개한 '하반기 공정거래 정책방향'에서 경제민주화 잔여 입법과제를 그대로 추진한다는방침을 밝히면서도, 그 이행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한 달 전인 6월 28일 국회 경제정책포럼 강연자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등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입법 추진의 강도에 있어서도 '제도도입 효과, 부작용 방지대책을 고려하며 추진',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신중하게 검토해 추진' 등의 문구를 추가해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법과제가 여러 가지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해야하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시간계획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경제민주화가 끝났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 성향의 전문가들은 재벌 구조개혁과 같은 경제민주화 과제가 이미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신규 순환출자금지,지주회사 규제개편 등의 과제는 삼성, 현대차[005380], SK 등 재벌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안"이라며 "경제민주화 과제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재벌구조개혁인데정권 1년차에 끝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살리기는 서로 모순되는 길이아니다"라며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고 정권이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는 순간부터 재벌개혁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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