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감원장 성토 '연판장'까지 사내 게시판에 등장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와 금융사 제재권 문제로 촉발된 감독체계 개편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제재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최수현 금감원장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소처를 금감원 내부 조직으로 두는 개편안의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금융위원회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2000년 이용근 전 금감원장의 비리를 성토했던 금감원 국장들의 연판장 서명록을 올렸다. 사내 게시판에과거의 연판장을 올린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2000년 1월 취임한 이 전 금감원장은 당시 '나라종금 로비의혹' 등에 연루돼 내부 직원들이 강한 반발로 그해 8월에 물러났다.
노조가 이 연판장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이유는 최 원장이 금감원의 조직 분리와 권한 축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2000년 당시와 같은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13년 전에 국장들이 서명했던 연판장을 게시판에 올린 것은 최원장이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지시는 합당하지만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도 감독체계 개편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말했다.
노조는 지난 20일에는 사내 게시판에 '최수현 원장은 과연 야무지게 제대로 일하고 있는가'라는 공개 질의서를 통해 최근 불거진 감독 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해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태스크포스(TF)는 지난주 금감원에 금소처를 두되 예산권, 인사권을 분리하는 등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위에 금융사 제재권을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금감원의 자회사 형태로 금소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거나 아예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양대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이새롭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로 금융사 제재권을 이관하는 방안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위가 조직을 확대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말해 유보될가능성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한 정부안을 원래 6월 말까지 제출할예정이었으나 여러 문제가 겹쳐 내달로 연기했다"면서 "현재로선 어떤 방식으로 결론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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