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잉입법' 논란을 낳은 제2금융권대주주 적격성 심사제가 당초 논의되던 것보다 한 단계 완화된 수준에서 제정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제2금융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으로 전망된다.
대주주뿐 아니라 특수관계인이 위법행위로 처벌을 받아도 대주주가 주식을 강제매각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금융범죄 연좌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오너'가 있는 기업이 많은 제2금융권의 경우 대주주적격성 심사제의 구속력이 꺾이면 '지배구조 리스크'를 벗어던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시 위법행위에 따른 대주주의 주식 강제매각 명령 조항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회에 발의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관련 법안들은 현행 은행업에 적용되는 대주주 자격심사를 카드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권 금융사로 확대해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사 대주주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나 횡령으로 벌금형 이상을선고받아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10% 초과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6개월 안에 적격성을 갖추지 못하면 제한된 주식을 강제매각해야 한다.
문제는 대주주 뿐 아니라 대주주의 6촌이내 혈족 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위법을저질러도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논의되면서 시작됐다.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회사 경영과 관련이 없는 특수관계인의 위법행위가 금융사 대주주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연좌제'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달 중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자격심사 대상에 대주주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심사대상이 불분명해져 논란이 될수 있다"며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특수관계인의 위법행위로 대주주가 자격을상실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교체와 주식 대량매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우려가 들끓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의 경우 "심사기준과 제재 수준 등은과잉규제의 우려가 없도록 필요 최소 범위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보험사와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과잉규제'를 지양하는 것이 옳다는입장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논의되던 방안은 말 그대로 대주주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조항들"이라며 "의결권 제한과 주식 강제매각 명령 조항이 포함되면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의 대형 보험사와 카드사는 사실상의 오너가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순환출자식으로 일반 기업과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오너가 있는 상태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에 '힘'이 빠질 경우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가 은행권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삼성생명[032830]은 이건희 회장이 지분 20.76%를 가진 최대주주다. 현대해상[001450]은 정몽윤 회장이 지분21.80%를, LIG손해보험[002550]은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지분 7.14%를 갖고 있다.
한화건설이 지분 24.88%를 보유한 한화생명[088350], 삼성생명이 지분 10.36%를가진 삼성화재처럼 사실상의 오너가 거느린 계열사가 제2금융권 계열사의 대주주인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가 위법행위를 했는데 죄질이 심각하다고판단되면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주식 강제매각 조항도 선언적인 의미로만 넣겠지만 최대주주가 심각한 경영상의 부정을 저지르면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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