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일 뿐이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뒤 탈세를 한 의혹이 있는 법인 15곳, 개인사업자 8명 등 23곳에 대해본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국세청의 발걸음이 한층 바빠지고 있다.
특히 이번 역외탈세 세무조사는 역외거래 등에 대한 상당 기간의 자료 검토 과정을 거쳐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 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을 지목해 시작한 만큼그 결과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하다.
국세청은 이런 안팎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는 만큼 조사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요원들은 주말과 휴일도 반납한 채 현장 조사 및분석에 힘을 쏟는 등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22일 국세청에서 23곳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에 해당 사업체에 도착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뒤 구체적인 탈세 혐의를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청 국제조사국과 국제조세관리관실 산하 직원들도 조사 대상 선정을 위한 분석 작업에 여념이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무조사 착수 사실이 공개되면자료 은폐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발표에 앞서 대상 업체를 찾아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례"라며 "상당 부분 진행이 된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그동안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 구현을 위해 대기업·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침해 사범, 역외탈세자 조사를 4대 중점과제로정하고 탈세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까지 총 83건의 역외탈세를 조사해 탈루세액 4천798억원을 추징했고, 지난주 전격 세무조사에 들어간 23곳과는 별도로 45건의 역외탈세 의심 사례에대해서도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는 큰 틀에서 보면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세청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역외탈세 조사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그동안 해 온 대로 문제가있는 기업이나 개인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거쳐 혐의가 나오면 철저히 조사하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역외탈세 조사 자체가 국세청의 본연의 업무인 만큼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시적으로 조사력을 투입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발표하는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 발표도 정보 분석 대상으로 참고하고 있다.
다만 뉴스타파가 발표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정보와 중첩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도 느끼는 분위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는 수년 전부터 역외탈세 추적에 집중해 왔고 나름대로미국 등과의 정보 루트도 열렸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조사 대상에 오른 인사나 기업의 명단이 먼저 발표돼 버리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는 나름대로 정한 전략과 스케쥴에 따라 최선을다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역외탈세가 이슈화되면서 관련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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