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관련 김중수 총재 발언 등 추가해 종합.>>정부·여당 거센 압력에도 인하 뜻 안 내비쳐각국 경쟁적 통화완화책에 `옹고집' 꺾을지 주목
오는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은의 `금리 마이웨이'는 이어질 것인가.
정부와 여당의 전방위적인 압력 속에서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다. 경기 상황을 둘러싼 한은과 정부의 설전만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 국이 `통화전쟁'으로 불리는 경쟁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은의 고집이 조만간 꺾일 것이라는전망도 나오고 있다.
◇ 한은 "금리동결 내 갈 길 간다" 오는 9일 한은은 올해 들어 다섯번째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째 연 2.75%로 동결됐다. 한은은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지만 이후 현 금리수준을고집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행진은 `금리 마이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집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금리인하 압력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양상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3일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주면 더 좋다"고 말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책효과는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 형태로 진행돼야 효과가 난다"고 밝혔다.
잇따른 압박성 발언에도 한은이 지난달 11일 끝내 금리를 동결하자 여당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4월에는 동결했지만 5월에는 알아서잘 판단하리라 본다"고 말했고, 이달 2일에는 나성린 정책위의장 직무대행이 "경제를 회복시켜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추경, 부동산대책, 금리인하 등을 시급히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한은을 둘러싸고 전방위적인 금리인하 압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 기준금리 7개월째 동결되나 이러한 압박에도 한은 안팎에서는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 분위기이다.
한은이 금리인하 조짐을 내비치기는 커녕 기준금리 동결의 당위성만을 줄기차게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인도 뉴델리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의 금리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 1~3월 '정책조합'에 대해 강하게 언급한 것은 새 정부에 '이제 네가 나설 차례(now it's your turn)'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년 7월과 10월 0.25% 포인트씩 금리를 내려 완화 기조를 만들어놨다"며"이렇게 되면 정부의 재정승수(재정지출의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는 새 정부를 위해 한은이 지난해 이미 경기부양의 밑밥을 깔아뒀다는 의미다. 이른바 정부와 한은의 '정책조합'을 위해서는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행동을 취할 차례라는 것이다.
김 총재는 "지난해 내린 0.5% 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라며 "한국이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금리동결의 근거로 한은은 국내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내세운다. 대표적인 근거는 지난달 25일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다.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9% 성장해 시장은 물론 한은의 예상치(0.8%)를 뛰어넘었다. 설비투자, 건설투자, 수출 모두 호조를 보인 `깜짝 성장'이었다.
1분기 성장률에 큰 의미를 둘 수 없으며, 8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불과하다는정부 측 반박에 한은은 다시 발끈했다.
연평균 잠재 성장률이 3.3∼3.8%로 추정돼 분기 성장률로 0.9%는 잠재 성장률에충분히 도달한 수치라는 주장이다. 저성장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의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3월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감소해 1분기 깜짝 성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졌지만, 한은은 꿈쩍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한국 경제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한은의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고 말해 금리 동결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 각국 통화전쟁에 금리인하론 `솔솔' 한은의 강경한 태도에도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EU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통화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수출 경쟁력의 급격한 저하와 국내 경기의 침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인하하면서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금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껏 미국과 일본에 비해 다소 소극적이었던 ECB가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올해 들어 양적완화 규모를 기존 400억 달러의 2배 이상인 850억 달러로 늘렸다. 매달 850억 달러의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지난달 138조엔인 본원통화 규모를 내년 말까지 270조엔으로 늘리겠다고발표했다. 한화[000880]로 1천500조원 가량의 돈을 시중에 `살포'하겠다는 의미다.
중앙은행 총재가 곧 바뀌는 영국과 러시아도 금리인하 등 추가적인 완화정책에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펴기는 신흥국들도 마찬가지다.
헝가리는 연초부터 매달 0.25%포인트씩 금리를 낮춰 4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인도도 이달 올해 들어 3번째로 기준금리를 낮췄다. 폴란드, 터키 등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3년물 금리가 2일 사상 최저인 연 2.44%까지 떨어지는 등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박형민 연구원은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ECB의 금리인하 등 대외환경의 변화로 기준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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