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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쇼크> 한국 경제 더 추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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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 타격 불가피…"日 경기회복 반사효과 기대" 목소리도

엔화값이 2009년 4월 이후 4년 만에 달러당 100엔 선에 바짝 다가섬에 따라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린다면 한동안 저성장의 골을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아베노믹스 공포'가 확산하는분위기다.

외환당국은 아직 조용하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일본의 양적완화를 용인하는 분위기인데다 일본이 '통화 살포'를 통해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성장의 디딤돌을 만든다면 그 자체가 세계 경기회복의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기업과 시장은 엔저가 올해 '상저하고'식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엔저는 한국 수출전선에 직격탄을 날리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아베노믹스에 직격탄 맞나 달러당 100엔선이 2009년 4월 14일(고가 100.43엔) 이후 4년만에 위협받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지난해 9월 엔·달러 환율이 77엔 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반년 여 사이 22% 가량 절하된 것이다.

이는 한국산 수출품의 국제경쟁력에 독약과 같다. 똑같이 100원에 팔리던 물건이 일본산은 20% 이상 값이 내린 것과 같기 때문이다.

두 나라 사이의 교역 성적표가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3월 한 달간 대일본 수출실적은 27억2천24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줄었다.

올해 1분기 누계 또한 91억3천93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감소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1∼10월 내내 감소(전년 대비)했던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실적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0.6% 증가하더니 12월 0.9%, 1월 4.4%,2월 2.8% 등 넉 달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수석연구위원·조규림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아베노믹스가 국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엔화 가치가 달러 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 총 수출이 3.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 수출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달 엔·달러 환율이 100엔(원·달러는 1,000원)에 달하면수출증가율이 2.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계산업의 수출감소율이 7.5%, 자동차가 6.4%에 이르고,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되는 수출기업 비중도 현재 33.6%에서 68.8%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저, 韓 경제성장률에도 영향 미칠까 '아베노믹스'의 공습이 현실화하면서 한국의 수출과 함께 경제 성장도 타격을받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달 8일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로 일본 주요 기업들과 경쟁하는 미국·독일 자동차업체와 한국 제조업체가 마진을 쥐어짜야 하는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도 다음날 투자전문가를 인용해 일본 기업의 경쟁 상대인 한국과 대만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경고했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3월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종전 3.0%에서 2.3%로 낮췄다. 정부 전망치는 보수 시각을 견지하는 외국계 투자은행(IB)보다낮다. 1월 말 기준 IB 10곳의 전망치 평균은 2.9%다. 노무라와 도이치뱅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의 2.5%보다 더 낮다.

한국은행도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2.6%로 0.2% 포인트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이런 전망에 아베노믹스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이 완전히 녹아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산업경쟁력이강화돼 우리 기업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전망"이라며 일본의 엔화 약세가 가져올 한국경제의 충격파를 우려했다.

◇반사효과 기대감…"중장기로 도움될 수도"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 경우 한국도자연스럽게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 실적도 나아질 수 있다. 시장에 엔화가 넘쳐나면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로 국내에 투자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엔화 대출을 받은 국내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덜어진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기 회복세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다 우리나라가 일본 경제에 의존하는정도가 크지 않아 일본의 경기 회복으로 인한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일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 부문은 엔저 현상이 도움이 될 것이고 일본 경제가 발전하면 교역 등 여러가지 면에서우리나라가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이 같이 성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아베 정권이 공약한 '세 가지 화살'(금융 완화·재정지출 확대·성장전략) 가운데 가장 어려운 '세 번째' 화살, 즉 규제완화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새 정부 경제팀의 입장도 '지켜보자'는 쪽에서 우려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에 "사전적으로 상황을 상정해 미리 대처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베노믹스가 "어떻게 보면 피할 수없는 (일본 정부의) 선택"이라고 인정하면서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부총리는 이달 19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제이콥 류 미국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과 회담을 열어 "일본의 양적완화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며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예상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더 떨어질 경우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예산 여력이 바닥난 정부나 한은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금리인하를 놓고도 둘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커지면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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