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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된 사외이사 제도, 독립성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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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외이사 親경영진·親정부 논란 여전

도입된 지 15년이 된 금융권의 사외이사제도를 두고 독립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위법성이 있는 안건을 두고 '찬성'에 몰표를 주는가 하면 무더기 반대표를 던졌다고 '정치색'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일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외이사가 서로 추천해 재선임을 돕는 현재의 관행을 깨고 외부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문화가 자리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법 하나고 출연에 사외이사는 만장일치 '찬성'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해 10월 16일 이사회를 열어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기부금 257억원을 출연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하나고는 외환은행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전(前)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윤용로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 8명 가운데 이사회에 참석한 7명모두 이 안건에 찬성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상황이 복잡해졌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외화은행의 하나고 출연은 은행법에 어긋난다며 금융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하나고가 하나금융의 특수관계인에 속하므로 계열사인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출연하는 것은 대주주에게 무상으로 은행 자산을 넘기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은행이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신용공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은행법 35조 2의 8항을 어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외환은행은 이 사안이 공론화되자 급히 임시이사회를 열어 출연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노조가 단 이틀 만에 찾아낸 법적 문제점을 이사회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나고 출연 논란은 외환은행 이사회의 독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에도 무게를더했다.

김주성 의장은 1998년부터 하나은행, 2005년부터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지냈고,천진석 이사는 하나은행 이사와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 KB금융 이사회, 3년 만에 나온 '부결'에 후폭풍 물론 반대표가 무더기로 나왔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을 두고 몇 달이 지난 현재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KB금융은 지난해 12월 5일과 18일 이사회를 열어 ING생명 인수안을 상정했다.

결과는 찬성 5표, 반대 5표, 보류(기권) 2표로 '부결'이었다.

반대표를 던진 5명은 모두 사외이사들이었다. 이들은 보험산업의 성장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가 제시했던 것보다 인수 가격이 1천500억원 이상 떨어졌는데도 사외이사들은 강경하게 반대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권 교체기에 사외이사들이다음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새 정부가 추진할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정치권의 메시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까지 더해졌다.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 전문기관인 ISS는 금융당국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일부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주주들이 저지해야 한다고 주문해 파문을 일으켰다.

ISS는 한국 기업에는 KB금융처럼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직이 분리된 경우가종종 있다며 이사회 의장을 '사실상의 회장'(de-facto chairman)이라고 꼬집었다.

사외이사들이 '예스맨'에서 탈피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없지 않지만 이에 대한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일각의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사회 독립성 필수적…외부 추천 많아져야"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려면 외부 사외이사 추천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최고경영자와 '특수 관계'에 있거나 정부 관료 출신이므로친(親) 경영자 혹은 친(親) 정부 성향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해 연임하는 관행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하는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은행이나 금융지주사 노조가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국민은행 노조는 KB금융 지분 0.91%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을위임받아 사측에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신한은행 노조도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 노조와 힘을 모아 신한지주주주총회에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물론 이들 노조의 노력은 모두 현실화되지 못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사외이사의 외부 추천을 활성화해야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선임과 평가, 책임 등 3가지 부문에서 변화를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액주주가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사외이사 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외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책임을 물을 수있는 주주대표소송이나 이중대표소송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cindy@yna.co.kr ah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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