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달간 고작 4천건 가입…실손 특약형은 되레 급증
치료비와 입원비 등을 지급하는 실손의료보험만따로 뗀 단독 상품이 출시된 지 한 달 이상 지나면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달간 고작 4천 건도 팔리지 않은데다가 기존 실손 특약형 상품 판매가 되레급증했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 등 10개 손해보험사의 지난 1월 단독실손보험 판매 실적은 3천953건에 그쳤다.
손보사들이 공동으로 신상품을 출시하면 통상 한 달 실적이 10만~20만건을 훌쩍넘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저조한 수치다.
삼성화재, 현대해상[001450], 동부화재[005830], LIG손해보험[002550], 메리츠화재[000060], 한화손해보험[000370] 등 6개 중ㆍ대형 손보사는 이 기간에 실손 특약형 상품을 37만9천725건 팔았다. 단독 실손보험은 2천468건으로 실손 특약형 상품의 0.6% 수준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 지시를 따라 연초부터 크게 광고했으나 단독 실손보험 상품을 찾는 고객이 거의 없어 판매 실적이 저조했다"고 밝혔다.
1만~2만원대 단독 실손보험을 내놓으면 서민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호응을 얻으리라는 금융 당국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그동안 실손보험은 다른 보장성 보험상품에 특약으로 끼워 판매돼 소비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면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원치 않는 다른 보험에 들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해 보험업감독규정을 고쳐 보험사에 단독 실손보험을 팔도록 했다.
문제는 단독 실손보험이 일부 보험사의 '절판 마케팅'에 악용된다는 점이다.
일부 보험 설계사는 회계연도가 바뀌는 오는 4월부터 실손 특약형 상품이 줄어들고 단독 실손보험 위주로 판매된다면서 실손 특약형 상품 가입을 위한 막차를 타라고 부추겼다.
단독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싸기는 하지만 매년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자기부담금도 최고 20%까지 높으며 보장 내용도 충실하지 않다며 실손 특약형 상품가입을 권유했다.
이런 절판 마케팅 덕에 특약형 상품의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실손 특약형 상품의 신계약 건수는 월평균 28만1천131건, 보험료는 27억3천600만원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37만9천725건에 보험료는 35억4천700만원에 달했다. 단독 실손보험이 나온 뒤 실손 특약형 상품 가입이 오히려 10만여건 정도 늘어난 것이다.
한 보험 설계사는 "단독 실손보험을 적극 팔라는 주문이 있으나 판매 수수료가교통비도 안 되는 수준이라 외면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존 보장성 보험 등에 포함해 판매하는 실손 특약형 상품의 수수료가 훨씬 좋아서 여전히 고객에게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취지는 좋지만 보험 설계사의 현실을 외면하다 보니 단독 실손보험이 유명무실해진 면이 크다"면서 "단독 실손보험 출시 전부터 이런 부작용을 금융 당국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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